책소개
광고 속
문학, 음악, 미술, 종교, 정치, 과학 이야기
이론서나 실전서가 아니라 생활 양식 들여다 보기다.
‘광고는 밥이다’는 저자가 밝혔듯이 광고 이론서나 실전서가 아니다. 지난 27년 동안 광고인으로 일했던 저자는 광고가 우리 삶에 녹아져 내려, 켜켜이 쌓여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의 프롤로그 부분에서 저자는 내게 말한다. “못 느꼈겠지만 광고가 당신의 오랜 친구”라고.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저자의 이 속삭임은 내 가슴 속에 오랜 시간 동안 머물렀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 데에는 여러 까닭이 존재하지만, 그중 가장 첫 번째 이유로 나는 오랜 친구인 광고를 여태껏 “선택적”으로 사귀어 왔기 때문이다.
광고가 TV, 인터넷, 영화, 버스 전광판, 신문 등 우리의 일상생활 속 다양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는 오직 TV나 영화를 보기 전의 광고만 즐겼을 뿐 다른 광고는 무시하고 있었다. 아마도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자신을 뽐내는 데 있어서 잘못된 방식을 이용한 것이 내가 광고를 무시하게 되어버린 동기가 아닐까 싶다. 친구로 만들지 못한 광고는 대개 인터넷 광고들이 많았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려고 할 때 아주 뜬금없이 선정적인 광고가 튀어나와 함께 시청하고 있던 가족과 나를 민망하게 만드는가 하면, 노트북으로 관심 있는 광고를 클릭했더니 바이러스에 걸려서 온종일 고생했던 경험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다.
유머러스하고, 상상력 뛰어난 좋은 친구들 사이에서 일부분의 질 나쁜 친구에게 데어버린 나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전체를 무시하고 있었다.
광고란 무엇일까? 텔레비전을 틀 때 마다, 휴대폰으로 영상을 볼 때 마다 나오는 것이 광고인데, 이때까지 수십 개의 광고를 보고 들어봤지만 사실 광고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광고가 주는 의미나 그 광고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집중하지 않고, 그저 ‘또 뭘 팔기 위해서 나오나, 광고는 대부분 모두 다 상술이다’라고만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나에게 광고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본 영상을 보기 전에 기다려야 하는 시간일 뿐이었다.
하지만 ‘광고는 밥이다’라는 책은 광고를 꿈을 주는 행위이자, 예술이며, 또한 과학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이제 광고와 삶이라는 교양 학문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기존의 내가 광고를 바라보는 시각과 책의 시각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지, 내가 몰랐거나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부분이 있는지를 천천히 알아가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 과제를 통해 광고에 대한 나의 생각과 관점을 구체적으로 재정립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프롤로그에서 소개하길,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그랬듯이 광고를 집 방향이 아닌 버스처럼 쉽게 흘려보내기가 다반사라고 한다. 그러나 가끔은 우리가 평정심을 잃을 만큼 감정을 북돋는 몇몇 광고를 만나기도 한다고 말한다. 수없이 반복되는 갖가지 의사결정과정에서 광고는 어느 샌가 우리 안에 스며들어 우리에게 제안하고 있다.
“나는 장님입니다.”를 “봄은 곧 오는데 난 그 봄을 볼 수 없네요.”라는 문구로 바꿔 놓음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준 프랑스의 시인 앙드레 불톤의 사례는 시적 영감을 통해 판매 증대를 위한 성공적인 광고 카피가 만들어지는 순간이며, 문학과 광고가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의 가능성을 빚어낸 순간이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소개 된 이 광고는 내가 몇 년 전에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이 광고를 처음 보았을 때, 감명을 받아서 광고 중 유일하게 영상을 찾아서 다시 본 기억이 있다. 이 광고가 나에게는 프롤로그에서 말한 가끔씩 찾아오는, 감정을 북돋는 광고이지 않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