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07년 이상문학상 대상은 심사위원 7인(심사위원: 김윤식, 이태동, 권영민, 서영은, 조성기, 임철우, 신경숙)의 심사숙고 끝에 전경린의 <천사는 여기 머문다>가 선정되었다. 올해의 대상 수상작인 전경린의 <천사는 여기 머문다>는 가정 폭력과 애정 갈등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흥미 위주로...
1.고발과 폭로
현재 한국의 페미니즘이 피해사실 ‘고발과 폭로’에 치중해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SNS를 통한 피해사실 고발과 폭로가 주를 이루게 됐는데, 정작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는 고발에 비해 적다는 것이다.
한국의 페미니즘이 비판을 받듯, 한국 여성문학도 고발과 폭로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고발 단계에서 벗어나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재해석하고, 더 나아가 인간 해방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문학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도 고발과 폭로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이런 때에는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수 있는 여성문학이 필요하다. 고발과 폭로를 넘어서서 여성의 진정한 정체성에 대해 탐색하거나, 여성적 글쓰기를 통해 여성들의 여러 목소리를 드러내는 문학은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다.
< 중 략 >
4. 천사는 여기 머문다
전경린의 소설은 단순한 고발로 끝나지 않는다. 상처를 받은 여성이 그것을 이겨내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깨달음을 얻어야 비로소 끝이 난다. 이렇게 얻은 깨달음은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렸고, ‘나’는 주체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깨달음이다.
피해를 고발하고 알리는 일은 나쁜 일이 아니다. 이렇게 알림으로써 잘 몰랐던 사람들은 알게 되고,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아직 사회에 이런 문제가 만연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다. 그 후엔 알려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음 단계로의 도약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진 그것과 관련된 논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단순한 고발에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여자들은 ‘피해의식’이 생길 수 있다. 고발된 내용들을 보다보면 너무 당연한데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들이 많다. 비슷한 내용들의 고발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지?.’, ‘나는 여자니까 어차피 안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