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신약학 교수 이한수의 『신약성경에 담긴 십자가 영성을 찾아서』. 십자가의 일반적 의미를 해설하기보다는, 신약성경에 나타난 십자가 영성을 찾아서 탐구여행을 떠난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예비하고 걸으신 길을 따라가는 등 오늘날의 교회가 회복하고 추구해야 할 참된...
복음서에서 예수는 자신의 십자가 죽음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잘 언급하지 않지만 바울서신으로 넘어오면 십자가와 부활은 그의 복음의 핵심 내용을 구성한다. 전통적으로 예수의 십자가 죽음을 이해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그것을 ‘형벌적 대속’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죄인들과 관련하여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두 가지 면을 갖고 있는데, 하나는 예수께서 죄인들을 대신하여 십자가 형벌을 받으심으로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진노와 형벌을 제거하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의 완전한 의가 그의 십자가 공로로 인해서 신자들에게 법적으로 전가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약성경에는 십자가를 ‘보응적’ 공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은유들도 존재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회복적’ 공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은유들도 자주 발견된다. 특히 바울서신을 보면 십자가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 차원에서 이해되는 것보다 훨씬 더 자주 범죄자를 바로 세우는 것, 그를 새 피조물로 변화시켜 하나님의 거룩한 자녀로 회복하는 차원에서 이해한다. 사실 바울 사도는 법적인 은유와 회복의 은유를 서로 분리시키지 않고 상호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나아가, 십자가 구속의 진정한 목표는 죄인들을 하나님의 법정에서 아무 죄가 없는 자처럼 판결을 내리는 것에 있지 않고 그를 새 피조물로 변화시켜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회복하는 것에 있다.
<중 략>
예수께서 당하신 십자가 형벌은 군사적이고 정치적인 형벌로서 아주 잔인한 처형방식이었다. 예수는 수많은 군중들을 몰고 다니는 대중적인 설교자였기 때문에 당대의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를 죽일 명분을 얻으려고 그의 언행속에서 국가반란이나 치안교란과 같은 정치적 죄목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진짜 죽이려 했던 이유는 예수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허무는 자였기 때문이며 그를 시기했기 때문이었다. 로마 법정에서 예수에게 붙여진 죄목은 치안교란 죄였지만, 산헤드린 법정에서 그에게 붙여진 죄목은 참람죄였다. 예수는 죄가 없으셨지만 그렇게 인정한 빌라도조차도 자신의 유익 때문에, 군중을 만족시키기 위해 예수를 십자가 형에 넘겨주었다. 그리고 군중들은 예수에게 걸었던 현실적 기대와 욕망이 좌절되면서 금방 분노로 바뀌었다. 이들의 모습은 곧 우리자신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