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서양 고전 문명의 아프리카ㆍ아시아적 뿌리를 살펴보는 <블랙 아테나> 제1권. 서양 역사학계에 수많은 논쟁과 파문을 일으킨 마틴 버낼의 저서 <블랙 아테나>를 19년만에 번역, 출간하였다. 책의 제목인 <블랙 아테나>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테나의 피부색이 검다는, 즉 원래는 검은 대륙...
역사는 수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 브라운관으로 접하는 사극이나, 스크린으로 전달되는 역사물, 그리고 마찬가지 역사를 주제로 한 fiction등에서 우리는 역사의 가벼움과 휘발성을 본다. 하지만,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 일본의 역사왜곡, 그리고 식민지 시절과 분단에 이르는 분열의 역사와 대립 등, 우리는 이러한 면면에서 역사의 무거움 또한 쉬이 느낀다. 게다가 과거에 대한 해석은 시간과 공간에 다르며 사람에 따라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역사에 있어서 모두에게 명백한, 객관적인(절대적인)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과 동시에 흩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는 정치적인 고려나 시대적인 흐름, 그리고 역사를 보는 역사가의 관점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정치적, 시대적, 민족적 요구와 필요성에 의해 그 진실 된 얼굴을 감추고 있는 역사의 본질을 밝히는 것은 자연스레 역사가의 임무가 되는 것이다.
『블랙아테나』의 저자 마틴 버낼은 진실에 다가가려는 열정과 각고의 노력으로 그 성과물을 일구어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은 저자의 도전적인 풍모와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으며, 비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일차 사료들을 직접 접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는 점에서도 그의 열정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설득력 있는 발상에 비해 이를 입증하는 객관적인 증거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집필을 이어 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증거의 소재와 사료 선택 측면에서도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만족스럽지는 않다. 게다가 정치적인 고려에 의해서 왜곡된 역사의 얼굴을 벗기는 저자의 작업 그 자체가 고도로 ‘정치적’이라는 점도 고려의 대상이다. 물론 이것 자체가 비판받아야 할 소지는 아니지만, 칼날은 자신에게도 향할 수 있다는 점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변화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면모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