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재해로 뒤덮인 도시를 떠돌다!김유정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등을 수상한 여성작가 강영숙의 네 번째 소설집 『아령 하는 밤』. 2011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문래에서>를 포함하여 모두 9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문래에서>는 구제역을 소재로, 문명의 진보가 자초한 재...
어두운 밤, 인적이 드문 퇴근길엔 왠지 마음이 허한 걸 달랠 길이 없다. 이따금씩 치킨에 맥주를 시켜 먹으며 티브이 화면을 돌려다보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뱃살이 늘어 요즘은 뭘 입어도 후줄근해 보인다. 아직 사회 어딜 나가도 젊은 나이인데 벌써 늑수그레한 아저씨가 된 것 같다. 바닷가를 바로 앞에 면하고 있어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버틸 수 있는 곳이지만 그 바다 바로 옆에 중공업이 들어서 있어 알 수 없는 분진으로 거실이 뽀얗게 올라올 때면, 이사해야지..... 하면서도 벌써 몇 년째 살고 있는 집이다. 맥주를 한 잔하고 잠자리에 들면 바닷가 근처에서 술을 먹고 배회하는 사람들의 왁자지껄 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올라온다. 결국 잠을 청하는 것을 그만두고 다시 불을 켠다. 마음 허한 퇴근길, 치킨에 맥주, 밤공기를 울리는 소음. 그리고 한 권의 책, ‘아령 하는 밤’. 한 손에 들린 아령과도 같은 책으로 밤새 런닝머신을 달리는 기분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땀을 쭉 빼고 나면 뭔가 모를 상쾌함이 느껴지는 것처럼 한여름 새벽까지 잠들 수 없었던 무거운 몸과 마음을 책으로 달랜, 2012년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