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꽃>은 제목뿐 아니라 내용도 숨은 꽃이었다. 초반에는 소설가인 ‘나’가 단순히 마감이 다가오기 때문에 소설 소재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숨은 꽃이란 ‘나’가 찾은 소설의 소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래서 김중구가 나오고 황녀가 단소를 불 때도 미적지근했다. 시인이나 칼린 지브란, 의사가 나올 때는 이 사람들은 왜 나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들이 그저 ‘나’의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로 쓰기 위한 장치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꽃은 진정 가까이에 숨어있었다. <숨은 꽃>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나는 나에게 물었다.나는 뭐하는 사람인지, 왜 사는지 따위의 내가 아무리 찾으려고 해도 찾아지지 않는 대답을 위한 질문들을 던졌다. 의사나 칼린 지브란만 보아도 아무런 목표가 없다. 특히 의사의 경우 자신의 본분인 사람을 살리는 일에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사람이 죽게 되면 회의에 빠져 등산이나 하고 있다. 시인도 정성껏 기르던 뜸북이를 결국 호텔의 고급 요리로 쓰이게 내버려두고 칼린 지브란도 ‘왜 청와대에서 날 부르지 않지?’와 같은 말이나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