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는 지금-이곳을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객관적인 삶의 이미지와 시인의 개별적인 삶의 이미지가 독특하게 겹쳐져 있는 특이한 시집이다. 슬픔과 연민, 정념들로 노출되는 시인의 사생활은 칙칙함이 아닌 투명성으로, 그리고 객관적인 삶의 풍경에는 개별...
황지우의 시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대학교 강의시간에 지도 교수님께서 ‘우리나라에 많은 시인들이 있지만 황지우 시인은 50년 이상 거론될 훌륭한 시인이다’라는 극찬에서 생긴 호기심이었다. 이제는 황지우 시인의 시들이 교과서에 수록되고 모의고사에 출제될 정도로 유명한 시인이지만, 그 당시 시에 문외한이었던 나에겐 황지우 시인은 생소했고, 창피한 고백이지만 순전히 지적 허영심에서 그의 시집을 구입했었다. 그의 시집『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와 『 게눈 속의 연꽃은』 내겐 너무도 어려운 시들이었다. 문학이란 그 시대상을 벗어날 수 없고 그 사회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특성 때문인지 80년대 우리나라의 모습처럼 그의 시들은 무겁고 정치적이며 실험적이고 포스트모더니즘적으로 느껴졌다. 그때 나는 ‘이런 것도 시가 될 수 있구나’ 하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 이후 출간된 『어느 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는 본격 시집으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가 된 시집이라 다시금 호기심이 생겼고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제목부터 느껴지는 쓸쓸함과 고독이 술맛 당겨지는 운치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