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옥중서간집 <감옥으로부터의 사색>(1988)으로 독서계에 신선한 감동과 충격을 불러일으켰던 신영복 교수의 에세이. 이 책은 그가 단절의 공간으로부터 벗어난 지 8년 만에 선보이는 사색의 글 모음이다. 역사와 현실이 살아 숨 쉬는 이 땅 곳곳을 직접 발로 밟으면서 적어간 25편의 글들은, 우리의...
책을 구하기까지의 과정이 힘들었다. 험난한 과정 끝에 얻은 책 표지에 ‘옛 사람들은 물에다 얼굴을 비추지 말라고 하는 무감어수의 경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라는 문장이 있길래, 처음부터 의문으로 시작했다. 그럼 윤동주는..?
되게 놀랐던 것은, 현상 하나를 보더라도 그를 꿰뚫어보는 작가의 통찰력이었다. 노을지는 초저녁, 철창 밖의 풍경, 산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내일의 희망을 기대하고, 자고 일어났을 때 산 위로 어설프게 쌓인 강설을 보고 미완성의 가치를 떠올리는 사고가 새롭게 와닿았다. 현재 내 상황이 서럽더라도 희망을 꿈꾸며 내일을 기다리는 자세가 본인에겐 너무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작가는 삶의 미완성과 부족함을 알고, 그를 계기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강구했다. 이 작가의 가치관을 보면서, 낙관적이면서도 살아가기 좋은 지혜를 깨달은 자라고 생각했다. 대개 부족함과 미완성인 작품을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즉시 무언가를 행하려 하지 않는다.
여행을 좋아한 적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내 안 깊숙한 어딘 가에선 새로운 여정을 향한 욕구가 꿈틀대고 있을 런지도 모른다. 여행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그리고 그 설렘은 늘 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를 찾아온다. 지금껏 살아왔던 울타리 속에서 벗어나 낯선 땅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짜릿함, ‘기득권’이란 옷을 벗고서야 드러나는 보잘것없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에 느껴지는 초라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그네 삶에 대한 성찰까지. 마치 어린 시절 좋아했던 과자선물세트와 같이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기에 나는 여유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청춘열차에 몸을 싣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