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문학적으로 뛰어난 단편소설에 풍성한 일러스트를 더한 새로운 소설 읽기 시리즈 「소설의 첫 만남」 제10권 『칼자국』. 흥미로운 이야기와 100면 이내의... 성인이 된 딸이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지난 추억을 돌아보는 과정이 가슴 뭉클하게 펼쳐지는 김애란의 소설 『칼자국』은 어머니로서, 또 한 여성이자...
‘칼자국’의 어머니는 남편의 외도와 경제 능력 부족, 보증, 술 주정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간다. 이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인들이 겪어야했던 전형적이고 씁쓸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다고 한다. 신혼 초부터 남편은 가난과 고생을 당연하게 여겼고 결국 어머니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20년간 한결같이 국수를 판 ‘맛나당’은 어머니의 대내외적 공간이 되어 혼자 가게를 꾸려나간다.
어머니는 칼과 혼연일체가 되어 손님들 앞에선 당당하고 날 선 검이었고, 남편이 바람피는 여자를 보며 혼자 눈물을 훔쳐야했고, 매일 자식 ‘새끼’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대부분 잘 모른다. 통계와 평균에 의해 제법 논리적으로 선택을 하든, 자기감정에 충실한 충동적 선택을 하든 그렇다. 그 근본적 이유는 사람은 전체를 볼 능력이 전혀 없고 오직 부분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가 무엇을 선택하여 어떤 결과를 낳든 우리는 쉽게 비난해서도 안 되지만 또 지나치게 추켜세우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속 어머니의 실패된 선택과 성공된 선택에 대해 담담하게 나의 소감을 말하고자 한다. 여기서 ‘실패된’과 ‘성공된’이란 표현을 쓴 것은 사람이 하는 선택의 결과는 궁극적으로 사람이 선택하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