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87년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터키작가 야샤르 케말의 소설선. 여성, 소수민족, 가난한 소시민과 도시 빈민의 이야기를 현대의 신화로 재창조해 온 저자는 꾸준히 수집한 민속 자료를 바탕으로 서구화를 통해 잃어버린 터키의 전통과 가치회복을 염두에 두면서도 그릇된 전통과 악습에 의해 고통받는...
주인공인 하산은 이 사회의 관습인 명예살인 때문에 가문의 이미지를 망친 어머니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하산은 자신에게 계속적으로 어머니를 죽이라고 강요를 받으면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가문의 명예 사이에서 방황하던 어느 날 결국 어머니가 불지피기에 열중할 때 장난감 총으로 떨리던 손으로 죽이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많은 관습들이 나타나는데 아직도 이런 나쁜 인습들은 없어져야한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하산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허락없이 납치해 성관계를 맺었다.
야샤르 케말의 작품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는 이슬람 문화권에 계승되고 있는 명예살인을 주제로 다룬다. 명예살인은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이미 예전에 사라졌지만, 유목민으로서 오랜 세월 혈연공동체 중심의 삶을 살아온 많은 이슬람 문화권 국가에서 아직도 세습되고 있는 풍습이다. 야샤르 케말은 [독사를 죽였어야 했는데]를 통해 명예살인의 비극적 결말이 무엇인지를, 속죄양으로서 희생된 한 여성의 삶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보여준다.
이 책의 주인공인 하산과 에스메가 사는 마을도 혈연공동체 중심의 씨족 마을이다. 마을의 모든 구성원은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친족이며 오직 에스메만이 다른 마을에서 온 이방인이다. 에스메는 압바스라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음에도 할릴의 납치 혼에 의해 할릴과 강제로 결혼하게 된 불운한 여성이다. 에스메는 납치 혼의 충격으로 괴로워하지만, 하산을 낳고 안정을 찾는다.
교양 수업 시간에 이슬람의 여성 인권에 관한 터키 학생의 발표를 들은 적이 있다. 이슬람 자연관에 의하면 여성을 존중하는 것이 그들의 법칙에 어긋난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때는 이슬람 여성들의 의복과 같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용들만 표면적으로 다루어서 폄하되고 있는 여성 인권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도 책의 내용이 무엇이며 ‘독사’란 과연 무엇을 지칭하며 의미하는 것인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책의 중반부까지 어머니에 대한 사랑, 즉 자기 의지와 어머니를 죽여야 한다는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 즉 타인의 시선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하산의 분열적인 마음을 중심적으로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슬람 문화가 생상해내는 남성 중심적 사상에 사로잡힌 하산의 할머니는 할릴을 죽인 건 압바스임에도 불구하고 할릴의 아내인 에스메를 원인 제공자이자 곧 살인자로 인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