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짧을 것이라고 저자가 밝힌 위의 서문에서 우리는 이 책의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말하자면 전통적으로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문제에 대해서 현대 과학을 비롯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접근해 보겠다는 엮은이의 강한 의도가 제목에 들어있는 것이다. 이 책은 김관도, 유청봉 두 사람이 함께 엮은 (문제와 방법 논문집) 에서 주요 논문 네개를 뽑아 번역한 것이다. 여기에 소개된 논문들은 전통문화를 분석하면서 사회경제적 측면이라든가 의식형태등 상부구조나 하부구조 가운데 어느 하나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것을 거부한다. 김관도는 마르크스적 경제결정론을 찬성하지 않으며 베버식으로 종교나 의식구조를 중심으로 해석하는 것도 택하지 않는다. 이에 의하면, 전통사회는 정치구조,경제구조, 의식구조라는 세가지 기본적인 하위시스템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따라서 우리가 전통사회나 전통문화에 대해 분석하고 해석할 때는 그 전체시스템의 틀에서 해야하며 부분만 추상하여 진행하는 것은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네 가지 논문들을 차례로 살펴보고 비평하며 정리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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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학설은 초안정시스템의 중요한 하위시스템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경제,정치구조의 반영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종법일체화를 실현하는 사상적 기초로서 사회구조의 형성과 공고화에 중요한 작용을 했다. 의식형태의 변화는 변화된 존재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며, 아울러 부단히 변화하는 존재에 대해 영향을 끼친다. 더욱이 주의해야만 할 것은 중국 봉건의식형태는 상호보완구조를 구비한 하나의 완비된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즉 유학은 보완구조에 의거하여 자신의 안정성을 유지했으며, 보완구조는 외래문화를 반추하고 흡수하여 유학을 양육했다. 유학은 2000년동안 고도의 문명을 갖춘 중화민족의 정신적 기초가 되었다. 그리고 그 독특한 문명체계를 창조하고 유지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