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페미니스트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유쾌하고 희망찬 44인의 페미니스트가 페미니즘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자신에게 어떤 힘을 주었는지 고백하는 『나다운 페미니즘』. 작가, 발레리나, 배우, 가수, 영화감독, 만화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페미니스트들이 자신다운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그동안 페미니스트들을 많이 좋아했다. 나도 당당하게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스스로를 생각하기에 나는 어딘가 불완전한 모습이었다.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웠다. 요즘 유행하는 페미니즘 도서 한 권을 제대로 읽어 본적이 없었고, 어딘가에서 나서서 페미니스트 선언을 해본 적도 없다. 그러나 주위 친구들은 모두들 내 성향을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었고, 아예 내가 페미니스트임을 상정하고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도 많았다.
때문에 나는 늘 ‘페미니스트가 될 그 어느 날’을 대기하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여성인권에 대해 가까운 사람들에게 굉장히 열심히 설명하면서도 “아직은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엔 부족해.”, “나 정도면 굉장히 온건한 페미니스트야.”를 달고 살았다.
그러나 때가 왔다. 나는 올겨울 서울에서 놀러온 친구의 말을 통해 내게 제법 페미니스트의 용감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는 “화장을 꼭 안해야만 페미니스트가 되는 건 아니야.”라고 말했다. 속으로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늘 모순이 없는 상태임은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그렇지만, 화장을 전면 거부할 수 있는 나이길 열렬히 바란다.’고 되뇌었다. 나는 아직도 상업광고 속 제품으로 화장을 한다. 아직은 이 화장품들을 벗어날 용기가 없다. 그러나 나는 이 비겁함을 고백할 용기는 있다. 이러한 생각의 꼬리 끝에 페미니즘 도서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페미니스트로서 화장을 하는 문제뿐만 일상에서 부딪힐 나의 모순에 대해서 해법을 좀 찾고 싶었다.
종종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보는 즐거움을 느끼는 중인데, 신간도서 코너에서 《나다운 페미니즘》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는 신간도서 코너에 있는 유일한 페미니즘 도서였다. 반짝이고 있는 흰색의 두툼하고 빳빳한 책을 얼른 집어 들었다. 실은 나도 유명한 책 《백래시》,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등 유명한 서적을 먼저 읽고 싶었다. 하지만 당장 도서관에서 잡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