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조선의 아버지들]에는 유일하게 ‘불행한’ 아버지 영조 임금이 등장한다. 아버지 영조의 열등감과 심리적 불안이 친자 살해라는 엄청난 비극으로 치 닿게 된 속사정을 알아본다. 실패담은 그 어떤 성공담보다 울림이 크다. 독자는 비극적인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통해 자신을 객관화시켜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자기계발서만 너무 읽다 보니 살짝 질리는 감이 없지 않던 와중에 ''조선의 아버지들''이라는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궁금한 마음에 바로 책을 집어들었다. 목차를 훑어보니 나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머리도 식힐 겸 읽기 시작하였다.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알 만큼 유명한 조선시대의 인물들이, 아버지로서, 자기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을 중심으로 책은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정약용, 이황, 이순신, 이항복, 영조, 이익, 박세당 등 그 시대에 이름을 날린 사람들이, 아버지로서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누구나 호기심이 갈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참 뭐랄까.. 그 당시 아버지들은 참 괴로울 일이 많았겠구나 싶었다.
최근, TV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같은 아버지의 육아참여 프로그램 그리 고, 아빠와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룬 프로그램도 등 가족애에 대한 프로그램이 이슈화 되고 많이 제작 되고 있는 편이다. 그럼 현대 사회에서 그 가족 구성원 중 일원인 '아버지'란 이름의 의미는 무엇일까? 돈을 벌어다주는 기계, 조만간 명예 퇴직이나 당하는 존재,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와야 하는 숙명으로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책임을 진 사람 등등등. 가족부양과 생계의 책임이라는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외로운 존재 그리고 가족들의 모든 원망을 받아들이며, 가족을 위해서 숨은 곳에서 헌신과 봉사를 하지만 결국에는 가족들에게 냉소와 외면을 받는 그런 애처로운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답답한 마음에 우연히 『조선의 아버지들』이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첫 번째로 등장한 아버지는 ‘정약용’이다. 다산 정약용은 1800년 강진으로 귀양을 보내졌고 그곳에서 18년 동안이나 가난과 고독과 함께 늙어갔다. 그는 유배지에서도 세상을 구제할 뜻을 계속했다. 굉장히 흥미로웠던 사실은 그가 자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인생의 교훈을 아내의 치마폭을 잘라 만든 서첩에 적어 가족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이 서첩을 ‘하피첩’이라고 한다. 1950년, 하피첩은 전쟁통에 분실되었다가 2005년에 폐지를 줍는 어느 할머니에 손수레에 실렸고 그렇게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그의 이런 노력과 서첩에 적어 보냈던 내용들을 통해 자식들을 향한 다산의 진정한 사랑과 애뜻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아빠, 혹은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남자들이 살아가야 할 운명, 그리고 바뀌지 않는 삶의 자세라는 것이 무엇인지 <조선의 아버지들>이란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가족간의 전쟁같은 삶을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우리시대에도 조선시대에 살았단 위인들, 그들이 아버지로 삶을 살아야 했던 자세가 오늘날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아빠, 아버지라는 존재는 그저 집에 돈만 가져다 주는 존재로 전락했으며 일자리를 잃거나 돈을 벌지 못하면 아버지로써의 존경과 존중도 순식간에 잃어버리게 되었으니 고달픈 일이다. 과거 조선시대에는 유교적 원리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근본원리로 작용하여 아버지는 무조건 존경과 존중의 대상, 경외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제는 아버지라는 존재는 가족을 위해 돈을 갖다 받쳐야 하는 일 외에 다른 의미가 없어져 보인다. ATM기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인지라 나역시 이책을 읽기 전에도 항상 남자, 혹은 아버지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