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오늘 방과후 컴퓨터 시간에 뭐 배웠어?”
“아, 이번 시간에는 표 만드는 거 배웠어요.”
“그런데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어요.”
나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거짓말을 들킬까 봐. 사실 그 시간에는 컴퓨터 수업을 가지 않고 친구들과 축구를 했었다.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은 정말 찜찜한 느낌이 든다. 차를 타고 가면서 엄마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셨지만 그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아, 어떡하지?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에 빠져있는 것을 알아채시고 엄마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니? 설마 또 게임 생각하니? 어휴 좀 공부 생각을 해봐라,”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때 내가 마음이 불편한 걸 들킬까 봐 그냥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그런데 나처럼 마음속에 자신의 상처를 숨겨놓고 사는 친구들이 있다. 바로 강희와 민주다. 강희는 아빠의 사업 실패로 부모와 헤어져 작은 집에서 얹혀산다. 또 민주는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지하 단칸방에서 동생과 단둘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