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옮기고 엮은 편역서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의 개정신판.
<열하일기> 중에서 압록강을 건너며 시작되는 '도강록'부터 열하에서 다시 연경(북경)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담은 '환연도중록'까지 날짜별로 기록된 길 위의...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산이었던 강원도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그 마을에서 꼬박 열여덟 해를 살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쯤, 처음으로 ‘산 너머’가 궁금했다. 무지개 끝자락에 묻혀있다는 보물항아리를 찾기 위해 어느 비개인 오후, 나로서는 금단의 구역이었던 ‘다리 건너 산 아랫마을 어딘가’를 헤매다 돌아온 것도 그 무렵이었다. 그 후로 쭉 ‘산 너머 어딘가에 있을 그 무엇’은 워즈워드에게 무지개가 그러했던 것처럼 나를 설레게 했다.
아니, 어쩌면 ‘산’은 핑계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그저 내가 알고 있는 익숙한 공간 ‘그 너머’에 있는 무엇이었으니까. 사실 철들기 이전부터 내가 아는 최고의 놀이는 ‘동네 바깥으로 나가기’였다. 골목에서 골목으로, 길에서 또 다른 길로 끊임없이 이어진 ‘신기한 세상구경’은 절대 질리지 않는 최고의 놀이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미아가 되어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이끌려 집에 돌아온 적도 여러 번, 내 이름을 부르며 윗동네 아랫동네를 헤매야 했던 엄마의 속앓이는 그야말로 일상다반사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