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범위한 주제로 인해 몇 번의 시행착오로 선택한 책이다.
12년 전 처음으로 나온 자기 주도 학습에 대한 책을 리포트 주제로 읽고 쓰려다 컨텐츠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쓴 책이라 뭔가 자꾸 어긋난다는 생각 때문에 다시 고심하여 선택한 책은 학교 다닐 때 심리학 교수님이 권해주셨던 책 중에서 선택하게 되었다.
이 공부를 시작한 계기도 뭔가를 잃어버린, 가는 방향을 놓아버린 나침반처럼 흔들리는 내가 한심하기도 해서 나의 열정을 찾고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들이 아까워 시작하게 되었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는 나인에 어느 순간 나의 능력이 다 어디로 갔지? 라는 절망감 때문에 시작한 공부라서 그런지 책꽂이에 꽂힌 책들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책이 바로 이 책 이였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간 중간 유아나 동물들 기타 등등의 대상으로 실험부분이 들어가 있어서 흥미로웠다.
우선 무력감이란 사전적 의미는 자신이 처해 있는 어려운 상태에서 아무리 노력해 봐도 좋은 쪽으로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믿고 완전히 의욕을 잃어버린 상태가 바로 무력감이다. 어떤 상태를 어렵다고 인지하는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존이 위협받거나, 고통이 계속되거나, 생리적 욕구마저 채워지지 않거나 하는 것이 어려운 상태의 전형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쩌면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동안은 아직 괜찮다. 오히려 사태가 힘들면 힘든 대로 개선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환경에 대응해갈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못하고 심한 정서 불안에 빠질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병은 생존을 위협하는데도 불구하고 노력해도 치료될 가능성이 없다. 수행을 거듭하여 깨달음을 얻었음직한 스님도 암이라고 듣는 순간 살아 갈 힘을 잃고 며칠 만에 돌아가셨다는 일화에 접하게 되는 일일 종종 있다.
셀리그만(M.E.P. Seligman)은 <학습된 무력감>에 관한 실험 연구로 1976년에 미국 심리학회로부터 우수한 젊은 연구자상을 받았다. 무력감과 유능감이라는 용어를 심리학자들이 빈번하게 사용하게 된 것은 셀리그만의 공이라고 할 수 있다. 셀리그만과 동료들은 개를 무기력하게 하기 위해 첫날에는 개를 해먹 안에 묶어 놓고 피할 수 없는 전기 충격을 수십 회 가한다. 다음날 개는 실험 상자 안에 넣어지는데 실험 상자는 절반으로 나누어져 있고 그 사이에 칸막이가 있는데 전기충격이 가해질 때 이 칸막이를 뛰어넘어 반대편으로 가면 된다. 상자에서 전기충격을 받지만 충격에 앞서 신호(불빛이 어두워지는)가 있고, 또 적절한 행동을 취하면 충격을 피할 수 있게 돼 있다. 150마리 개의 행동을 관찰하였는데 이 가운데 약 3/2는 아주 무기력해져서 충격이 가해진 순간 얼른 움직이긴 하지만 바로 포기하고 충격을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3/1은 해먹의 충격을 전혀 경험하지 않은 개처럼 전기충격에 당황해서 여러 가지 행동을 해 보다가 우연히 칸막이를 뛰어넘었더니 전기충격이 멈추는 경험을 갖는 정상 반응을 하였다. 이런 경험을 갖은 다음에는 칸막이를 뛰어넘는 반응이 훨씬 빨리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셀리그만의 실험 연구를 보면서 신기하였다. 왜냐하면 내가 그 실험 대상이 된 듯 경험이 잦으면 행동이 빨라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헌혈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헌혈 한 사람에게 드리는 과자를 낱개로 만들어야 했었는데 본인의 키보다 더 높게 쌓인 과자상자들을 낱개로 만들 때 처음에는 버벅거리고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2개월 정도 한 후에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과자를 낱개로 만들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이 셀리그만의 실험 결과에서 ‘경험을 갖은 다음에는 칸막이를 뛰어넘는 반응이 훨씬 빨랐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