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혹은 왜곡된 가치와 행위 양식을 수정하는 건강한 복원력이 되기를 바라는 뜻을 담아 한국인과 한국 사회를 조망하고 있다. 필자는 여러 사회 현상을 들어 평등주의를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데에 필요한 전제를 정리하고, 한국의 평등주의 심성을 '다원적 평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유와 평등의 갈등은 오래된 민주주의의 숙제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도 시장경제의 자유냐, 보편적 복지냐의 평등의 문제에 대한 갈등이다. 한국의 평등주의 문제에 대해 송호근 교수의 관점은 우리가 왜 이렇게 평등주의에 집착하는지에 대한 발생적인 근원을 잘 풀어 설명해 주는 것 같다. 그러나 그 해결책은 현대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고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여 더 많은 정치적 연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1. 평등 지향적 한국인, 한국사회
1970년대 이후 한국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은 점점 확대되고 상향 이동의 통로가 점차 좁혀져 불평등의 재생산구조는 그만큼 단단해졌다.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가 파행적 관행을 낳고, 급기야는 부정부패로 왜곡될수록 평등주의는 강해져 갔다. 특히 한국 자체적인 연고주의와 평등주의는 단단하게 결합해 가며 종중, 지역, 동문 등을 강조하며 여러가지 비정상적인 문제를 만들어 갔다. 서구에서 평등주의가 개인주의와 합리주의로부터 내부 에너지를 보강받아 매우 단단한 자유주의의 생산 원료가 되었다면, 한국에서 그것은 연고주의와 결합해 여러 형태의 균열 구조를 낳은 것이다.
한국 사회의 평등 지향적 심성은 인정 거부, 내지 존경의 철회를 만들어 낸다. 성공한 사람에 대한 사회적 비난의 눈초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자 곧 견제론이 촉발된 것이 그것이다. 한국은 영국과 함께 반기업 정서가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성공한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항상 시끄럽고 갈등에 취약하다. 성공의 기준과 수단에 대한 시비가 자주 일어난다. 그리하여 평등주의적 심성은 갈등을 빚어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의 신입사원 입사식에서는 도쿄대, 교토대, 게이오대, 와세다대 등의 순서로 신입사원들의 자리가 정렬되었다. 일본의 정부 부서 중 강력한 위치에 있는 통상산업성의 요직은 70%가 도쿄대 출신으로 채워진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