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지러운 시대를 살다간 그녀들의 노래!시대의 폭력에 짓밟힌 여성들의 삶을 그려낸 공선옥의 소설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소외된 이들의 삶에 주목해온 공선옥의 작가적 역량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역사에서 소외되고 세상의 광기에 희생된 여성들을 바라본다. 또한 작가가 오랫동안 고심하며 쓰고...
필자는 할머니의 간절함으로 서른 살에 교사가 되었고 할머니는 100세에 꽃상여를 탔다. 추석을 하루 앞둔 팔월 열나흘에 요령 소리에 맞춰 할머니는 가슴으로 노래를 불렀고 필자는 그 노랫가락에 곡으로 응대하며 꽃상여를 따랐다. 필자의 나이 쉰이 되던 해였다.
공선옥은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라는 책을 통해 한동안 잊고 있었던 할머니의 노래를 다시금 떠오르게 하였다. 표지를 펼치면서부터 요령 소리에 발맞춰가던 상여꾼들의 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노안이 오는지 침침해진 눈 탓에 간간이 책장을 덮고 참담한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도, 필자는 습관처럼 그 노랫가락을 되새김질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대밭 속에 이는 바람에서 필자를 부르는 정애의 노랫소리. 그것은 서른다섯에 과부가 되어 아흔 평생을 살다 꽃상여에 오른 한 많은 할머니가 부르는 노래였고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던 무기력한 선생의 애달픈 절규이기도 했다.
필자가 십여 년도 훨씬 지나서 그녀를 떠올린 건 순전히 이 책을 읽으면서부터였다. 그녀를 처음 본 건 세상물정 모르던 철없던 고등학생 때였다. 기차를 타는 것이 뭐 그리 큰일인 양 열차 출발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역에 와서 설렘을 가득 안고 그 긴긴 시간을 기다리던 그 시절. 친구들이 하나도 도착하지 않은 대합실에서 필자는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빗질을 했는데도 저 모양이라면 참 슬플 것 같이 산발한 머리, 제법 고운 색깔의 옷이었을 것이라고 상상만 할 수 있던 땟국 가득하던 치마, 대합실의 어딘가를 바라보지만 어디를 보는지는 알 수 없던 시선. 그녀는 친구들이 흔히 말하던 ‘기차역 미친 여자’였다. 그녀는 기차가 덜컹덜컹 들어오기 시작하면 갑자기 고개를 휙 들고는 사람들이 나오는 곳을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금 아무 곳에나 시선을 던져버렸다. 그녀는 필자가 기차를 기다리던 동안에도 같은 행동을 여러 번 끊임없이 반복했다.
친구들은 남편이 바람나서 미쳐버렸다고도 했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미쳐 가족들을 기다리는 것이라고도 했다.
필자는 어머니의 간절한 권유로 서른의 나이에 교사가 되었고 어머니는 여든다섯에 돌아가셨다. 설 하루를 남긴 섣달그믐날 통곡 소리에 맞춰 어머니는 가슴으로 노래를 불렀고 필자는 그 노랫가락에 맞춰 영구차 뒤따랐다. 필자의 나이 쉰이 되던 해였다.
공선옥은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라는 책을 통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어머니의 노래를 다시금 떠오르게 했다. 표지를 펼치면서부터 상여꾼들의 소리가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노안이 오는지 침침해진 눈 탓에 간간이 책장을 덮고 세상의 참담한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에도, 필자는 습관처럼 그 노랫가락을 되새김질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대밭 속에 이는 바람에서 필자를 부르는 정애의 노랫소리. 그것은 자수성가로 평생을 농투성이로 살다가 여든다섯에 영구차에 오른 한 많은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였고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던 무기력한 교사의 애달픈 절규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