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경계에 선 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계와 극복 사이의 문학『축복받은 집』은 오 헨리 문학상과 펜/헤밍웨이 문학상,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미국 문단에 등단한 줌파 라히리의 첫 소설집이다. 미국인의 정체성이 아닌 미국에 사는 사람의 정체성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는데, 벵골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무척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없었지만 글의 분위기가 좋아서 싫지는 않았던 책이었다. 매 단편 소설마다 음식이 꼭 등장하는 것이 좋았다. 글의 내용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읽기에 어렵지 않았다.
지금도 종종 하지만, 어릴 때는 상상을 더 많이 하곤 했다. 되도 않는 미신을 혼자 만들어 남몰래 그 미신을 따르기도 했었다. 예를 들어 차를 타고 갈 때 저 가로등부터 다음 가로등까지 숨을 참지 않으면 죽는다거나 아니면 토테미즘적인 걸 믿어서 모든 자연물에 정령이 있어서 내가 말을 걸면 정령이 답을 해줄 거라든가 하는 그런 미신 말이다. 그래서 <피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에 나오는 어린 화자 릴리아가 피르자다 씨 가족의 무사를 기원하며 초콜릿과 사탕을 먹는 행동이 공감이 되었다.
다만 인도와 파키스탄에 대한 역사를 잘 몰라서 글을 읽는 동안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줌파 라히리는 1999년 첫 소설집 <축복 받은 집>을 출간하면서 그해 오헨리 문학상과 펜/헤밍웨이상을, 이듬해 퓰리쳐상을 수상했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이 책은 이러한 점에서 나의 기대치를 한껏 부풀렸다. 하지만 막상 읽는 중간중간 이러한 수상이력과 이 책에 쏟아진 수많은 찬사가 나에게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물론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 전부가 그렇지는 않았다. 충분히 감동을 주고 의미가 있는 이야기도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한번 곰곰이 돌이켜 보니 단편소설의 특징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잔잔함이 주는 감동에 익숙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항상 뭔가 강한 감동을 주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9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시적인 문제
피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
질병 통역사
진짜 경비원
섹시
센 아주머니의 집
축복받은 집
비비 할다르의 치료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
9개의 단편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하자.
첫 번째 단편은 ‘일시적인 문제’라는 작품이다.
쇼바와 슈쿠마는 부부로 과거 유산의 경험이 있다. 유산의 슬픔도 문제지만 아이를 잃을 당시 남편인 슈쿠마는 학술대회를 참석하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이들 부부는 대화를 잃고 단절된 부부생활을 하게된다. 그러던 중 눈보라에 전선이 망가지고 이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닷새동안 저녁 8시부터 단전이 되는 일시적인 문제를 겪게 된다. 하지만 단전은 오히려 그들이 대화를 다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관계가 점점 나아진다. 예상보다 공사가 잘되어 단전이 되는 일시적인 문제는 하루 앞당겨서 끝나지만 그들은 그날도 대화를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는 쇼바의 헤어지기 위한 큰 그림이였다. 이에 슈쿠마는 평생 간직하고자 했던 비밀을 쇼바에게 말하고 그들은 서로 알게된 사실 때문에 함께 울면서 소설은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