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역사주의란 무엇인가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이론들은 저마다 다른 시각을 견지한다. 역사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이유는 역사관, 즉 역사를 무엇으로 정의하고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에 대한 시각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역사학에서는 “무엇이 일어났는가”와 “그 사건이 역사에 관하여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지만, 신역사주의는 “그 사건이 어떻게 해석되어 왔는가”와 “그러한 해석이 해석자에 관하여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다.
신역사주의 이론가들은 역사상 가장 기본적인 사실들에조차 과연 확실한 접근이 가능한지 의구심을 품는다. 즉 신역사주의는 사실의 문제가 아닌 해석의 문제를 중요시한다. 역사의 문제에 대해 신뢰할 만 한 해석을 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러한 해석이 가장 어려운 이유는 객관적 분석의 불가능성 때문이다. 모든 인간 존재와 마찬가지로 역사학자들은 특정한 시공간을 살아가며,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은 그들이 속한 문화와 그 안에서의 경험들로 형성되는 수많은 의식적·무의식적 사정들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역사가들은 스스로 객관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문명과 야만의 차이는 무엇인지,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등등에 대한 그들 나름의 견해는 그들이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또한 역사는 매우 복잡하다. 신역사주의 이론가들에게 역사란 사건들의 선형적 진행이라고 간단하게 이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역사상의 어떤 지점이나 어떤 문화든 진보하는 영역이 있을 수 있고, 반대로 퇴보하는 영역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단 두 명의 역사학자 사이에서도 진보를 구성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두고 견해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말하자면 전통적 역사학을 추구해 온 학자들이 믿어 왔던 것과는 달리, 역사는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미래로 향해 가는 질서정연한 가두 행진 같은 것이 아니다. 차라리 역사는 무한히 다양한 발걸음으로 이어지는 즉흥적인 춤과 더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