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당쟁 혹은 붕당이다. 그런데 역사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조선의 당쟁사는 난공불락의 철옹성 같은 곳이다. 이조전랑이라는 핵심 요직을 두고 사림파가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지는 당쟁사의 시작은 큰 부담 없이 넘어간다. 물론 단순히 이조전랑이라는 관직 다툼만으로 당쟁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당쟁의 과정을 살펴보면, 명종 재위 시절 윤임, 윤원형으로 상징되는 외척의 폐해가 극심한 탓에, 선조 대에 이르면서 외척이지만 외척 정치에 반대했던 심의겸이라는 개혁적 인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사림파 내의 입장 차이가 이조전랑을 두고 촉발된 것이 동서 붕당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
외척의 폐단으로 인해 선조 때부터 외척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했던 만큼, 김효원을 중심으로 보다 개혁적인 동인들은 심의겸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았고, 반면 외척 여부를 떠나 외척 정치를 몰아내는 데 앞장섰던 심의겸도 사림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림파 일부(서인)는 온건한 입장을 취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