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머리말
우리 안의 파시즘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박정희 군사정권 시기가 떠올랐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가치평가가 다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우리 시대에 박정희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도 많지 않다. 영웅과 위인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넘어선 칭송과, 독재자, 파시스트라는 비판이 박정희 사후로도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왔다. 민주주의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경제적 기반을 닦은 발전의 시대로 기억되고 있거나, 악몽 같은 군사파시즘의 광기로 회자되곤 한다. 한때는 실미도, 말죽거리 잔혹사, 친구 등의 파시즘을 소재로 한 영화가 제작되면서 흥행을 끌기도 하였고 IMF세대를 기점으로 박정희 신드롬이 점화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박정희의 군사정권 시대적 배경을 보면 대중은 정치사회적 혼란을 해결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정치체계를 원하게 되었고, 강력한 명령체계를 기반으로 하는 군부파시스트 세력이 등장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박정희 군사정권의 파시즘은 한편으론 시민적 자유와 노동자의 권리를 전면 부정하고 개인의 경제활동도 국가이익에 종속시켰다는 점에서 자본주의나 사회주의와는 다른 맥락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면 지금부터 파시즘의 형성을 통해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한국의 파시즘에 대해 그 이면을 들춰보고자 한다.
II. 파시즘의 개념
파시즘 [fascism]
1919년 이탈리아 B.무솔리니가 주장·조직한 국수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반공적인 정치적 주의 ·운동.
‘묶음’ 또는 ‘결합’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의 ‘파쇼(fascio)'에서 유래한 말로 국가의 권위와 결속을 상징한다. 이 파시즘은, 과거의 의미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 사이 무솔리니의 정치운동이나 정치체제를 의미하지만, 오늘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는 서유럽과 동유럽, 라틴아메리카는 물론이고 심지어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의 이데올로기, 정치운동, 정치체제를 일컫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