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김훈의 문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산문 ‘풍경과 상처’를 만나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 주옥같은 작품을 통해 다가온 소설가 김훈의 기행산문이 펼쳐진다~
김훈의 문장력을 통해 생생한 기행의 풍경을 그려내는 기행산문집 『풍경과 상처』. 김훈의 기행을 담은 이 산문집은 계절에 따라...
“나는 모든 일출과 모든 일몰 앞에서 외로웠고, 뼈마디가 쑤셨다. 나는 시간 속에 내 자신의 존재를 비벼서 확인해낼 수가 없었다. 나는 내 몽롱한 세계를 끌어들여 내 속으로 밀어 넣어주기를 바랐다. 말들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러나 김훈의 서문은 언제나 자신의 수고를 겸손하게 내려놓는다. 연필로 수십만 평의 대지를 경작한 흔적만큼 뼈마디를 추스르고 있다. 더구나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에서 보여주는 답사 여정은 투박한 현장 질감을 그대로 살려내고 있다. 서문에서 읽히는 단 몇 줄 문장은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간을 체험으로 압축했는지 알 수 있다. 풍경 그 자체를 사진 찍듯 묘사한 글이라면 뼈마디가 쑤시고 외로운 여정이 아니었을 테니까. 풍경에도 상처가 있다. 그러나 제목에서 말하는 풍경에는 인간의 감정이 개입된 풍경이다. 이 풍경들은 김훈의 감성에 빠져버린 채 며칠이고 걷고 걷다가 뒤 돌아본 풍경이다. 말들이 좀처럼 말을 듣지 않다가 겨우 내뱉어질 때 김훈은 다시 또 걷고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