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대학의 철학교수 자리를 내던지고 전라도 변산땅에서 3년 동안 직접 농사 지으면서 겪었던 일들과 떠올랐던 생각들을 정리한 자연주의 에세이. 잡초인줄 알고 뽑아버렸다가 나중에 그 풀들이 벌꽃나물과 광대나물이라는 것을 알았다든지, 새끼를 꼬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깨닫는다든지 하는 일...
친구에게 전하는 편지
지난 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계절의 가장자리 무렵이었다. 햇살이 아주 밝고 따사롭게 빛나던 어느 날, 수업이 끝나서 집에 가는 길이었다. 동네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못자리를 만드는지 진흙탕을 개고 뭉개면서 분주하게 일하고 계신 것을 보았단다. 마치 갯벌에서 일하는 것처럼 온 몸에 진흙을 묻힌 채 스티로폼 위에서 한발로 노를 저으면서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쭉쭉 미끄러지면서 흙을 고르는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더라.
처음엔 못자리를 고르는 걸로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미나리를 옮겨 심고 있는 거란 걸 알고는 신기하게 생각했었지. 그냥 아무렇게나 늘어놓는 것인데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보니까 미나리가 무성하게 자라 뿌리를 내리고 온 들판과 논을 파랗게 덮어 버리더라고.
식물과 잡초라는 것이 참 신기해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것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을 보면 말이야. 요즘 내가 읽은 책 중에 ‘잡초는 없다’라는 책이 있단다. 친구야, 너는 잡초가 뭘 의미하는 것 같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