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사랑에 경의를 표하다!사랑PD가 만난 뜨거운 가슴으로 삶을 껴안은 사람들『살아줘서 고마워요』. 사랑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운 ‘휴먼다큐 사랑’을 통해 ‘너는 내 운명’, ‘안녕, 아빠’, ‘풀빵엄마’,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와 '김혜수의 W' 등의 방송을 연출하며...
페이지 한 장이 넘어갈 때마다 필자는 아들에게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또 한 장이 넘어가면 지나간 방송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또 한 장이 넘어가면 우리 가족은 산책을 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아빠 준호 씨의 이야기다. 자신이 열한 살 때 대장암으로 어머니를 잃고 방황했던 시간들을 자녀에게만은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간절한 마음으로 가족 곁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고자 했던 그의 소망은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라졌다.
그날 밤 필자는 만취해 귀가한 아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볼에 살짝 입맞춤을 하고 사라지는 아들의 모습을 보았다. 수학경시대회를 준비하느라 황금 같은 연휴에도 맘껏 놀지 못한다고 투덜대는 아들과 밤에 또 한 장의 이야기를 함께 읽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 덕분이다. 아들이 장래 진로를 방송국 프로듀서로 정하면서 필자 또한 부모로서 당연히 여기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마침 <PD가 말하는 PD>라는 책을 다 읽은 후에 저자가 프로듀서라는 단순한 이유로 근처 시립도서관에서 이 책을 대출하여 읽게 되었다.
평소 방송국이란 것이 언뜻 생각해도 매우 분주하고 바쁜 곳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필자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바쁜 곳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방송국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모든 열정과 시간을 쏟아 붓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
책은 개그콘서트에서 큰 인기를 끓었던 달인 김병만을 서문에서 소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어떤 분야든 한 가지 일에 16년 이상을 매달리면 달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책의 저자가 달려온 16년간의 사랑이야기는 충분히 사랑의 달인이라 자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엄마, 사랑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다음날 아침 일찍,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아이로부터 우리 부부에게 동시에 문자가 왔다. “아빠도 사랑해.”라고 바로 답장 보내는 남편과 달리 필자는 “갑자기 왜 그래?”라고 생뚱맞은 답장을 보냈다.
“아니 그냥 살아있는 게 감사해서. 엄마, 고마워.”라고 답장이 왔다.
그렇다. 우리는 어느 순간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당연함을 새삼스럽게 느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때서야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다시 한 번 깨닫고는 한다.
벚꽃이 팝콘처럼 날리더니 어느새 연둣빛 새싹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천리향이 가슴까지 설레게 하던 어느 날, 이런 모든 것들을 멈추게 하는 슬픈 일이 생겼다. 필자의 지인이 스스로 세상을 버린 것이다. 우리와 같은 동에 사시는 아주머니였다. 각별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 죽음이 더욱 가슴 아팠던 건 가족이 없다시피 한 외로운 분이셨기 때문이었다.
그 일을 보며 유해진 프로듀서가 쓴 <살아줘서 고마워요>를 읽으며 필자의 30년 전 일이 다시 떠올랐다.
“오늘은 또 몇 명이래?”
날이 밝기가 무섭게 떨리는 손은 거의 자동적으로 인터넷 뉴스를 클릭한다. 세월호의 참사가 온 국민의 아픔이 되어 버린 것이 아들이 둘 있는 나에게조차도 가슴을 메이게 만들었다. 너무나 속상하고 마음이 저려오고, 보고 있으면 그냥 눈물이 난다. 이토록 생명이 안타까웠던 적도, 간절하게 살아 있기만 소원하며 기다린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한 생명이라도 구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더더욱 관심을 끌었다.
“살아줘서 고마워요.” 모든 국민들이 생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유해진 PD는 직업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시청자들의 가슴을 열고 끓어오르도록 만드는 휴먼 다큐를 통해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를 말하려고 한다. 때로는 삶이 버거워서, 너무 외로워서 삶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떠한 모습이든 숨을 쉬면서 함께 웃을 수 있고, 함께 울 수 있는 생명의 소중함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