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금은 콘텐츠의 시대이다!
저자 장이지는 문학보다 더 많이 소비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ㅡ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바라보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도 문학 작품처럼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저자는 '이야기'의 차원에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문학을 한데 묶어...
바야흐로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콘텐츠를 향유하며 살아간다. 드라마, 영화, 대중음악, 만화, 게임 등 그 종류도 굉장히 다양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 층에 속할수록, 보다 많은 사람이 이러한 콘텐츠의 영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순수문학, 다른 말로는 근대문학이라고 하는 순문학의 영역은 더 이상 문화의 중심에 위치해있지 않으며 이들의 사회적 가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즉, 고급문화라고 말할 수 있는 순문학과 엔터테인먼트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차라리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이 고급문화를 잡아먹어 고급문화가 엔터테인먼트화 된다고 하는 것이 어울리는 말이지 싶다.
이를 체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것 같다. 보통 사람들에게 취미가 무엇인지 물어 보면 영화보기나 드라마보기 등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그것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소설 읽기나 시 읽기 등 근대문학을 소비하는 것을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들을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 역시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근대문학의 시나 소설 등의 책들을 읽는 일보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일을 더 좋아한다. 소설 읽기나 시를 읽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문학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그 만이 갖고 있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근대문학 장르가 갖는 매력적 요소가 나에게는 큰 흥미를 갖게 하지 못한 것 같다. 《콘텐츠의 사회학》을 읽으면서 책에서 거론된 바처럼 문학이 ‘소비자’들에게 시시한 상품이 되어 버렸다는 것은 나 같은 사람들 때문일 것이라는 약간의 반성도 해봤다.
근대 사회에 만연했던 모더니즘적 가치관보다는 다양한 감성세계를 존중하는 포스트모던적인 문학이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오며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추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포스트모던인의 마음을 채우던 ‘근대의 신’이 사라져버린 시대에, 근대문학의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시대에, 고급문화의 엔터테인먼트화가 진행되고 있는 시대에 콘텐츠의 영역이 가지고 있는 서사적 구조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콘텐츠의 사회학》을 읽고 감상문 아닌 감상문을 써보고자 한다.
일본과 한국의 드라마, 영화 등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저자의 논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더하여 일본의 서브 컬처(sub culture)에 대한 경험도 있으면 좋다. 콘텐츠 사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든 나는 저자가 상정한 메시지의 타겟이 아닌 까닭에 살짝 당황했다. 정신건강을 위해 텍스트, 캐릭터 등에 대해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플랫폼과 콘텐츠 간 대결이 첨예화되고 있다. 그간의 입장에서는 넷플릭스(플랫폼)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데 과도한 플랫폼 경쟁으로 콘텐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혹시나 우리나라 영화판이 미국처럼 '배급'과 '유통(극장)'이 구분된다면 CJ는 어떤 선택을 할까? CGV를 버리지는 않을꺼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생각이 흔들린다. E&M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
분파되는 콘텐츠들, 그 미래는 어떠할까? 책은 콘텐츠를 통해서 근미래 사회를 그려본다. 한 마디로 말하면 장르소설의 부흥이다. 예전같은 국정 교과서의 시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