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리스도를 본받아』는 개역개정판 성경에 맞춰 새롭게 편집한 최신완역본이다. 중세 말기에 원고 형태로 등장하여 누대에 걸쳐 그리스도인들의 심금을 울린 이 책은 토마스 아 켐피스의 신앙고백서라 할 수 있다. 토마스는 이 책에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담아 주님과 대화한 내용을 정결한 언어로 기록하고 있다.
우연하게도 이 글을 쓰기 전날에 우리(본인과 남편)는 근동의 친척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하며 밤늦도록 깊은 교제를 나누었다. 복잡미묘한 신앙생활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답은 없었고, 그저 들어주는 것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우리는 둘 다 마치 전날의 숙취가 해소되지 않은 듯한 기분으로 지난밤에 나누었던 교제의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아가는 것의 내적생활은 ‘그대 안에 쓸 만한 저택을 마련하라. 그러면 그리스도께서 그대에게 임하시어 그대를 위로해 주실 것이다’ 라는 토마스의 글처럼 우리 안에 그리스도께서 거주하실 공간을 내어드리는 것이다. 달리 말해 즉 우리의 자아가 들어찬 공간을 비우고 그리스도께서 내재하실 공간을 드리고,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게 됨을, 더 나아가서는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전인격을 통치하심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에 대해 겸손하게 복종하기를 노력해야 한다.
얼마 전에 ‘신과 인간’이란 영화를 보았다. 1996년에 알제리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트라피스트 수사 납치 사건을 다룬 영화였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와 정부군 교전 사이에서 평화를 위하여 수도원을 지켰던 아홉 수사님들의 삶과 죽음이 큰 울림으로 내게 다가왔다. 수사님들은 순간순간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주님의 응답과 평화를 갈구한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수사님들은 다가 올 죽음을 웃음과 눈물로 맞이한다. 결국 그날 저녁 수사님들은 테러범들에게 납치되고 순교를 당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수사님들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 주님은 침묵을 하실까? 왜?
모든 신앙인들에게 ‘침묵하는 주님’은 곤혹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많은 기독교 문학에서는 하느님의 침묵을 주제로 삼고 있다. 하느님은 그의 독생자가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침묵을 하셨다. 나는 평소 내가 품었던 이러한 의문에 답을 찾는 마음으로 「준주성범」을 읽었다. 작가 ‘토마스 아 캠퍼스’를 통하여 하느님의 참 뜻을 읽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름대로 몇 가지의 물음을 기준 삼아 「준주성범」을 읽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