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창시자 막심 고리키의 대표작『어머니』는 고리키 문학의 결정판으로 소비에트 문학의 첫 장을 연 작품이자, 20세기 러시아 문학사에서도 일대 전환점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고리키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 민주당의 활동 자금을 모으기 위해 미국에 머물던 1906년에 쓴...
1장. 진실이 궁금한 사람들
매일 새벽 노동자들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공장으로 향했는데, 몸에는 피곤이, 가슴에는 울분이 쌓인다. 그럼에도 대를 이어 이 삶은 이어진다. 미하일 브라소프도 노동자 중 하나였는데 공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열쇠공이었고 힘도 가장 세다. 브라소프는 성격이 쎘는데 아들 파벨과 아내 펠라게야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파벨이 열네 살 되던 어느 날, 브라소프는 파벨의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고 다니고 싶은 마음이 생겨 아들을 노려본다. 파벨은 커다란 망치를 들고 건드리지 말라고 하고 망치를 휘두른다. 이에 브라소프는 이제 파벨이 자신들을 먹여 살릴 거라고 하고, 2년 넘도록 아들과 말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외롭게 살던 브라소프는 탈장으로 닷새 동안 고통스러워하다 죽는다. 2주 후 파벨을 술을 먹고 들어와 주정을 부리고, 어머니의 따뜻한 말을 듣는다. 파벨은 그 뒤로도 휴일이면 술을 마셨지만, 언젠가부터 달라지기 시작한다. 집으로 책을 가져와 읽고 어머니를 도와주려고 애쓴다.
<어머니>에 나타난 여성상
-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를 읽고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는 소비에뜨 문학의 초석이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읽을 당시에는 러시아 문학이라는 말도, 격앙된 문체도 조금 낯설었었다. 생소한 이름들, 처음 접하는 공산주의 혁명이라는 주제 자체도 어쩐지 내게는 멀게만 느껴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느 정도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에 대하여 알게되면서 <어머니>라는 작품에서 나왔던 혁명적인 문장들과 어째서 이 작품이 러시아에서조차 몇 년동안 출판이 금지되었는지에 대해서 어렴풋이는 이해하게 되었다.
<어머니>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머니이다. 공장 노동자의 아내이자 역시 공장 노동자의 어머니로서 살았던 주인공 뼁라게야 닐로브나는 피폐해진 러아 공업 도시에 살던 평범한 여성 이였다. 일생동안 남편의 폭력과 가난, 그리고 질병으로부터 항상 벗어날 수 없었고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던 그녀는 '혁명'이라는 단어는 처음부터 입밖에 꺼낼 수 없을 정도로 순박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나는 이러한 닐로브나의 모습에서 <한나의 딸들>에 등장하는 마야 리사 혹은 한나를 떠올렸다. 그녀들과 마찬가지로 닐로브나는 어떤 면에서는 답답할 정도로 순진하고 완고한 성격의 인물이다. 또 그녀는 아들 빠벨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다. 마치 한나가 라그나를 사랑하듯 그녀는 빠벨의 말 한마디에 조금은 주눅든 모습을 보인다.
그녀의 아들 빠벨이 공산주의 혁명에 가담하면서 그녀는 처음에는 어머니로서의 불안감을 느낀다. 빠벨이 혁명사상에 동감하여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아들과의 거리감을 안타까워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무엇이 두렵냐는 아들의 질문에 자신의 인생은 평생동안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했기 때문에 정신이 온통 두려움으로 뒤덮여 버렸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아들의 동지들을 집에 맞이하면서 그녀는 그들과 알게 되고 막연하게 무섭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들도 나의 아들과 같은 젊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소설은 러시아 제국 시대에, 전제 군주가 러시아에서 군림하던 시절에 한창 공산주의,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키려고 했던 혁명가들을 다룬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 ‘어머니’는 평생을 남편의 폭력과 학대에서 신음하다가 하나뿐인 아들 파벨이 혁명에 투신하게 되면서 그녀 역시 그들의 뜻에 따르고 감화되게 된다. 이 작품에서 ‘어머니’의 시점으로 모든 상황이 서술되고 전개되기 때문에 그녀의 행동이나 마음가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기독교를 독실하게 믿으면서도 세상에 순응해야한다고 믿는, 그러면서 아들이 정체불명의 사람들을 집으로 데려올 때마다 두려움도 느끼는 그런 평범한 소시민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아들이 감독에 연달아 들어가고 기존의 체제를 뒤엎고 민중들에게 그들의 진리를 알리려는 열정을 피부로 체감하게 되면서 ‘어머니’ 역시 서서히 변화하게 된다.
아마도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최대의 체제 실험은 소련이라는 국가의 존재일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소련이라는 국가의 체제는 실패로 끝이 났다. 소련은 붕괴되고 연방은 해체되었으며 이후 공산주의를 포기하고 러시아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다시 모든 것을 시작하였다. 이 작품은 먼 옛날, 소련이 세워지기 직전 공산주의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애썼던 수많은 사람들과 펠라게야 블라소바라는 어머니, 여성의 변화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일단 막심 고리끼라는 인물 자체가 러시아 혁명이라는 역사에서 종종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하니 아무래도 그가 공산주의에 대해 찬양하고 그것을 옳은 방향으로 바라보는 서술은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을 했다. 당시 이른바 혁명 세력, 새로운 사회를 세우고자 하는 세력들에게는 러시아 제국과 차르와 같은 권력들은 무조건 부패하고 민중을 탄압하는 악의 세력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고, 이 작품에도 작가의 그런 시선이 아주 명징하게 드러난다. 기존 체제를 뒤엎는 혁명이라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아주 소설 내내 구구절절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