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혼란스러운 믿음들을 돌파할 '의심'을 권하다!
흔들리는 현대인을 위한 건전한 의심『의심에 대한 옹호』. 세계적인 사회학자인 피터 버거와 안톤 지더벨트는 무수한 선택이 끝도 없이 늘어진 오늘날의 사회에서 이제 중요한 것은 '믿음'이 아니라 '의심'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의심은 결단을...
이 책은 세계적인 사회학자인 안톤 지더벨트와 피터버거가 이끌던 '상대주의와 근본주의의 중용'에서 시작되어 쓴 책이다. 근대성이란 무엇인가? 근대성의 병폐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런 물음에 대해 종교·도덕·정치적 측면에서 해답을 구한 책이 바로 “의심에 대한 옹호”이다. 믿음과 의심 중 나는 믿음을 더 선호한다. 나는 평소 의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의심은 상대방을 믿지 못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의심보다는 믿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의심을 믿음보다 더 선호했다. 의심하지 않는다면, 어찌 확신을 얻을 때의 기쁨이 있으랴? 라는 괴테의 말을 보고 의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내가 평소 의심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평소 의심보다는 불신이 더 많은 것 같다.
의심에 대한 옹호 라는 책 제목의 뜻이 선뜻 와 닿지 않았다. 또한 ‘믿음’이라는 단어에 ‘폭력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을 보면서 여러 번 생각을 해야 했다. 의심이란 통상 이미 그 안에 부정적인 뜻이 일부 담겨있는 단어이고, 믿음이란 단어는 통상, 그 대상의 좋고 나쁨과 옳고 그름이 중립적일지라도, 긍정적인 의미로 쓰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처음 펼치며 작은 호기심을 안고 펼쳐들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책의 제목이 책의 주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기까지 나는 피터 버거와 안톤 지더벨트의 지적 여정을 따라가야만 했다. 그것은 상당히 흥미진진한 여정이었다. 이 책은 니체가 신의 죽음을 선언하고 100년이 지난 뒤, 현재의 상황들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제 1장 근대성의 여러 신들
니체는 신의 죽음을 선언 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신이 있고 없음과는 상관없이 예전의 신들이 모두 자신의 힘을 되찾고는 서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계몽사상가들은 종교의 종말을 기대했었다. 종교는 환상이었고 미신이라고 생각했으며 심지어 악의 원천으로까지 생각되었다. 유럽의 종교개혁 뒤의 종교전쟁이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종교를 박멸할 도구는 바로 이성이었다. 유럽을 덮친 대혁명 후에도 계몽사상가들은 이성을 신뢰했다. 그들은 이성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그에 따라 도덕적으로 우월한 사회를 구축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표적 현대 사회학의 건설자들인 카를 마르크스, 에밀 뒤르켐, 막스 베버는, 서로 종교에 대한 입장의 차이는 있지만, 종교는 필연적으로 이성에게 패배하고 쇠퇴할 것으로 보았다. 20세기의 종교사회학에서는 이런 시각을 세속화 이론이라고 부른다. 과학이 널리 보급됨에 따라 신앙의 사회적 기반을 무너뜨리고 삶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작아지는 현상을 세속화라고 하는 것이다. 이는 베버의 용어로 가치중립적이며, 이는 싫든 좋든 상관없이 참이다. 그러나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수십 년 동안의 일을 살펴보면 우리는 세상이 세속화와는 반대로 수많은 열광적인 종교들이 사방에서 꽃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