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디지털 사용은 중독이 아니라 문화다!『중독은 없다』는 미디어문화학자가 디지털로 점철된 우리 사회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책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익숙한 아이들의 문화를 성급하게 '중독'이란 잣대로 재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역으로 살펴본다.
즉, 명확한 근거도 없이 아이들의 디지털...
내가 성장해오고, 또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세상은 나의 조부모 또는 부모님이 살아오신 이전 세상과 비교하면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급속으로 변화된 사회이다. 나의 조부모 세대는 어린 시절에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겨 그들이 실시한 민족말살정책 속에 갖은 탄압을 받았던 일제강점기를 겪었으며, 해방 이후에는 얼마 되지 않아 한국 전쟁을 겪었다.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이었으며 국토는 황폐화되고 산업 시설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폐허가 되어버린 우리나라는 당시 에티오피아나 방글라데시에게 원조를 받을 만큼 몹시 가난했다.
하지만, 반세기가 채 못 되어 전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의 유례없는 경제성장을 이룩하여 1996년에 소위 선진국 진입의 관문격인 OECD에 가입을 하였고, 2017년 현재 세계 경제 순위 12위의 경제 강국이 되었다. 그러한 경제력의 바탕에는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핸드폰 및 관련 IT 부품들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표는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 보다 IT면에서 기술적으로 더 민감하고 발달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지 말해주며,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단편적인 예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들 수 있다. 애초 대기업 영업사원과 같이 외부에서 일을 처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사용했던 스마트폰은 등장한 지는 채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 보급률은 매우 활발하게 증가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2월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약 5,717만 명이며, 이 중 약 4,106만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을 한다고 한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대부분이 사용하는 셈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어느덧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 학생들부터 머리가 하얗게 쉰 어르신들까지도 사용하는 보편적인 삶의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책의 첫 장은 디지털을 사용하는 것 자체에 ‘중독’이라고 색안경 끼고 보는 행동에 대한 비판이다. 처음 시작할 때, 최근 많은 가정에서의 스마트 폰으로 인한 불화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 뒤, 저자는 이게 오해라고 말한다. 그리고 현재 어른들이 어렸을 적 TV에 열광하던 모습을 꼬집는다. 텔레비전의 대명사 중 하나는 바로 바보상자이다. 스마트 폰이 사람들을 바보로 만든다는 이야기랑 비슷하게 들려온다. 현재 부모님 세대들도 어렸을 때는 TV에 매료되어, 그 윗세대로부터 바보상자에 중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부모님 세대 때는 TV가 귀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그렇다고 다들 TV에 집착했던지 생각지 못했었다. 개울가에서 뛰놀고 만화방에서 보냈던 시간 얘기 말고는 할 얘기가 없던 시절, 무리에서 뒤처지지 않으려 TV를 보기위해 노력했을 지난 세대들. 물론 언론들은 TV가 아이들을 중독으로 이끌고 있다고 매도했다. 마치 스마트 폰에 푹 빠져있는 아이들의 모습과 현재 이를 다루는 언론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본다. 글 쓰는 저자역시 이와 관련한 몇 개의 이야기가 있었다. TV 방영시간에 늦지 않게 뛰어가다 차에 치일 뻔했던 이야기, 대중문화가 상영되는 극장에서 성추행하는 아저씨, 다른 대중문화인 만화책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만큼 빠져있던 저자, TV를 보지 못해 무리에서 소외되었던 동네 친구. 이 모든 것이 현재의 아이들과 비슷하다.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며 걷다가 사고가 나는 아이들, 극장 뿐 아니라 많은 문화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형태의 성추행, 웹툰에 빠져 잠도 자지 않고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는 아이들, 요새 유행하는 드라마나 웹 드라마에 소외되는 아이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시대가 흐르고, 기술이 발달할수록, 아이들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디어는 변해왔다. TV, 라디오, 스마트 폰 등 이제는 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