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림을 통해 동아시아의 미학범주를 살펴보는 <아이콘과 코드>. 기존의 감상적인 미사여구나 역사적 배경지식으로써 그림을 포장하던 것에서 벗어나, 동아시아 예술 자체의 과학적 원리로써 그림을 마주한 책이다. 이러한 색다른 방법을 통해 동아시아 회화의 진정한 맛을 다시 발견하자고 제안한다....
전신의 내용은 고개지의 ‘협상가삼모’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개지는 중국 고대의 걸출한 화가이고, 이론가이다. 고개지는 화가로서 회화를 논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협상가삼모’란 뺨 위에 터럭 셋을 더한다는 말뜻이다.
고개지가 배해의 초상화를 그린 적이 있는데, 전혀 닮아 보이지 않음에 이상함을 느낀 고개지가 뺨에 털 세 개를 더 그려 넣었더니 그제서야 사람들이 이 초상화가 배해의 얼굴인지 알아보았다고 한다. 터럭 세가닥은 추상이며 실체가 아닌 비유이자 상징이다.
인물화는 대상의 외형뿐만 아니라 그 대상의 사람됨을 온전히 드러내야 한다. 외형의 묘사를 통해 그 인물의 내면세계를 나타낸다는 것이 인물초상화의 근본취지이며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전신”인 것이다. 전신이란 인물이나 사물, 자연세계의 내재적 정신 본질을 표현함을 말한다. 눈은 그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말해주기 때문에 눈에 대한 묘사에서 가장 잘 실현할 수 있으나 정신의 그윽한 경지를 묘사하는 것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