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91년 겨울의 팔레스타인. 작가는 그곳에서 이스라엘 군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소년과 그 소년이 던진 화염병에 맞아 숨진 이스라엘 소녀를 본다.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작가는 팔레스타인에서... 작품에 등장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특히 9.11 테러 사건 이후 익숙한...
6개의 책 중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고만하던 중에 만화책 형식으로 되어 있어 다소 어려운 내용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팔레스타인’이라는 책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조 사코’라는 인물로 몰타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그는 팔레스타인에 관심이 많았고 전쟁과 폭력이 일상이 된 그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직접 취재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으로 떠났습니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조 사코가 팔레스타인에서 목격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팔레스타인에는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감옥에 간 아이, 아들이 감옥에 있는 아버지, 총상을 입은 사람들 등 다양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이야기에 대해 글을 써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소한 관심에도 감동을 받는 그들을 보며 지금껏 나의 일이 아닌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 후회스러웠습니다.
‘팔레스타인’,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만화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방식 덕분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인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게감이 있어 보였다.
막상 읽으니 가볍게 볼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었다.
평소에 ‘팔레스타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곳곳에서 연기가나고 폭동이 들끓으며 분노에 차서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모습들이었다.
그동안 나는 그들이 왜 이런 모습들을 보였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떠올렸던 폭동자들도, 대책 없이 분노하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그들은 지켜야할 가족들이 있었고 땅이 있었다.
단지 자신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거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들이 원하는 건 그리 많은 거 같지도 않다.
단지 자신의 가족들과 이웃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을 침범하지 말라는 것,
단순해보이기만한 이 사실에 돌아오는 대답들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보면서 경악할만할 장면들이 너무 많았다.
만화 곳곳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군인들을 향해 돌을 던진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돌을 던지는 사람들은 어린아이, 어른 구분할 거 없이 대부분이 행하는 일이었다.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은 나에게 있어서는 늘 현실과 먼 듯 보이던, 아직 세계2차 대전 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 했던 곳이었다. 두 나라의 분쟁은 내 일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당장 내일을 살고 있던 나에게는 관심 밖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접한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이라는 텍스트는 내게 상당한 당혹감을 선사했다. 나의 얕은 지식에서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하나가 있었다면 바로 911테러로 인한 팔레스타인은 테러의 민족이라는 판단이었다. 뉴스에서 종종 접한 전쟁, 자살폭탄테러 등과 같은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 단체들의 만행은 이러한 나의 판단을 지지해주었다. 또한 이스라엘, 유태인들에 대해서는 나치의 압제 아래 처참하게 죽어가며 그 불씨를 이어간 불쌍한 민족이라는 생각뿐 이었다.
가장 많이 바뀐 생각은 미국에 대해서입니다. 우리가 아는 미국은 자유롭고, 민주주의적인 국가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부시가 9.11 직후 ‘이렇게 선량한 나라가 왜 증오의 대상인가’라는 말에서 선량하다고 한 것은 미국이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를 존중한다는 이유에서인데 과연 미국이 그런 가치를 충분히 존중하고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고, 미국은 그러한 가치들을 추구하는 다른 나라를 존중하기는커녕, 그것을 짓밟는 부패 정권을 지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중동의 경우 미국은 호메이니 혁명 후의 이란에 대항하기 위해 이라크 독재 정권과 손을 잡았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친소 정권과 대항하기 위해 게릴라 세력을 자유의 전사라 부르며 지원했고, 친소 정권이 붕괴하자 황폐한 아프가니스탄을 방치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에게 중요한 것은 자국의 이익이지 자유나 민주주의는 단지 편의주의나 기회주의적으로 사용될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대한 아랍 민중들의 뿌리 깊은 반미 감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