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5권 『정의와 미소』에는 다자이 오사무가 1942년 1월부터 1943년 10월 사이에 발표한 작품 15편을 수록했다. 표제작 《정의와 미소》는 중학생 소년의 감수성 넘치는 일기 형식의 소설로, 평생을 청춘처럼 살며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던 다자이 오사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오손 선생을 주인공으로...
다자이 오사무(이하 다자이). 실패와 낙담으로 가득 찬 내 이십대 중·후반기에 그가 없었다면 누가 나를 위로해 주었을까. 공무원시험에 거듭 떨어짐에 따라 자신감과 자존감도 함께 내려갔다. 누구에게 하소연하는 건 사나이에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혼술에 기대는 건 더더욱 싫다. 홀로 있는 시간. 공부도 뭣도 하지 않는 시간에 다자이를 읽었다.
위로받는 느낌. 쓸쓸한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는 것. 그것을 알게 되자 서서히 마음이 좋게 되어갔다. 미간은 넓어지고 입꼬리는 광대까지 올라갔다. 이때부터 습관적으로, 문득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가빠질 때마다, 손이 가는대로 다자이를 찾았다. 그런즉 다자이를 읽는다는 것은 나에겐 마음을 낫도록 하는 행동이 되었다.
최근에 『정의와 미소』 (다자이 오사무 전집 5)를 펼쳐 본 이유도 다를 바 없다. 가슴을 짓누르는 보이지 않는 무게. 욕심이 넉넉하게 채워지지 않았다는 불만. 남에게 인정을 받거나 존중을 받고 싶다는 욕구. 아니, 이런 글은 정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