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내 이름을 잊었다. 그 순간 내 삶도 잃어버렸다.”
일제강점기. 조국도, 삶의 의미도 모두 버린 나에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 오직 먹고사는 게 전부였던 고아 소년이 창씨개명에 얽힌 사건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창작 역사소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고 한다. 그만큼 사람에게 이름은 중요한데, 이 책은 이름을 읽고 살아가는 일제 강점기 가난한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인 열일곱살 최용은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청계천 거지 움막에서 힘들게 살아간다. 마르고 작은 키의 용이는 거지들한테서도 무시당하며 인정받지 못한다. 심지어 이름도 ‘발싸개’라고 불린다. 우연히 기영이 형이라는 인물의 도움을 받아 거지촌을 벗어나 박씨 아저씨가 운영하는 여관에서 일을 도우며 밥을 얻어 먹는다. 용이의 살아가는 이유는 조국의 독립이나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닌 자신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조국이니 독립이니 하는 것들은 본인에게 해준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사는 게 중요한 용이는 경성역에서 좀 있어보이는 사람의 가방을 도둑질하는 일도 한다. 고급 양장을 입고 덩치 큰 남자의 가죽 가방을 훔치려 했으나 잡히고 마는데, 그 남자는 자신의 가방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꿈을 꾼다. 꿈은 그 상황과 시대에 맞게 바뀐다. 지금 현대인들이 꾸는 꿈은 일제강점기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사람들의 꿈을 현대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기영이형의 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나는 현대에 살고 있지만 기영이형의 꿈을 보면서 많은 울림을 얻는다. 기형이형의 꿈은 자신을 위한 꿈이 아니었다. 조국의 독립. 자신의 목숨까지 담보로 해야 하는 위험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철저히 남을 위해서 살았다. 단순히 내가 잘 되고, 내가 잘 먹고, 내가 부자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잘 사는 꿈을 꾼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보면서 의인이라고 한다. 누구나 이런 의인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의인이 남들보다 높게 평가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는 것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시대가 점점 진화할수록 이런 의인들의 대한 평가가 박해져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