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불가사의한 세계와 그곳을 헤매는 존재의 고독을 담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소설집!『중국행 슬로보트』는 1983년 발표한 단행본을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전면 수정한 판본인 1990년 고단샤에서 펴낸 「무라카미 하루키 전 작품 1979~1989」 제3권을 저본으로 삼아 삼은 책으로 보다 완성된 무라카미...
1. 들어가며
이 작품은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에 속하는 단편작이다. 하루키는 등단한 이후 수많은 작품을 발표했는데 이 작품은 그의 작품 중에서 초기에 속하면서도 초창기 그의 문학 세계가 극명하게 나타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는 오늘날까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이십일 세기에 들어서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며 특이한 서사의 소설을 줄곧 발표하면서 그의 이름에 묻어 있는 취향과 호불호의 문제는 많이 옅어진 편이나 개인의 감성과 기억, 관념에 매달린 초기 장편소설의 경우에는 평가의 차이가 심한 편이었다. 이렇게 평가가 엇갈리는 장편소설과 달리 단편의 경우에는 곧잘 좋은 평가를 받은 경우가 많았다. 위트 있는 문체와 간편하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환상성 등 그의 단편에는 좋게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았다. 지금부터 분석해고자 하는 단편 <중국행 슬로보트> 역시 그런 하루키 단편 특유의 위트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실제로 하루키는 이후 개고를 거쳐서 이 작품을 다시 출판하기도 했다.
중국인이라고 해도 이 작품에서 상징하는 중국인은 그냥 중국인이 아니다. 단순히 중국이라는 국가를 테마로 중국인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중국인의 의미는 어떤 인간의 종류를 상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인 ‘나’는 어릴 적에 홀로 시험을 치러 다른 학교에 갔다가 만난 중국인 교사를 시작으로 젊은 시절 아르바이트 직장에서 만났던 젊은 중국인 여성.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카페에서 말을 건 중국인 동창을 만난다. 이 모든 인물들은 주인공의 추억, 인생과 연관이 되어 있는 인물들이며 외로움 같은 감정도 주인공인 ‘나’와 공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나오는 중국인은 외로운 현대 시대의 인간, 허무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현대 시대의 인간을 상징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의 제목에 중국행이라는 단어가 있고 작품 안에서도 많은 중국인들이 나오지만 사실은 현대를 살아가는 외로운 인간들의 특수한 감정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해석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종류의 사람들을 묘사하고 상징하기 위해 중국인이라는 존재를 사용했다. 그런데 왜 하필 중국인일까? 이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작가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명확한 해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