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바다와 나비(김기림 시집)』는 1946년 신문화연구소 간행 초판본으로 저자의 제2 시집이다. 1부는 8월 15일 뒤에 쓴 것이며 2부와 3부에 모은 것은 詩集(시집)『태양(太陽)의 풍속(風俗)』과 『기상도(氣象圖)』 이후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 발발까지 조광(朝光), 여성(女性), 문장(文章), 인문평론(人文評論)...
이 시는 일제 강점기에 발표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모던하고 깔끔한, 그러면서 난해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이 작품은 시인 김기림의 대표작으로 여겨지고 있다. 짧은 작품이지만 감수성과 상징은 명확하며 이미지는 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명확함과 난해함이 공존하는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바다를 향해 날아갔다가 돌아온 나비, 꽃을 발견하지 못해 서글픈 나비의 줄거리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나 그 이면에 있는 상징과 은유는 해석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시가 그렇듯이 딱 정해진, 단 하나의 정답으로만 인정받는 그런 해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천차만별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나 이 작품에는 작가의 직접적인 설명이나 비유와 상징에 대한 서술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이 시어들과 상징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해석의 여부, 시를 뜯어보는 분석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어느 날부턴가 우리는 흔히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 없는 불친절한 붓의 그어짐과 펜의 휘날림을 접하게 된다.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어떠한 정서를 담고 있는 지, 심지어 대상이 무엇을 표현한 지도 모른 채 우리는 그것을 한참을 바라보고 누군가의 해설을 듣고는 기어코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술관 밖으로 나가거나 책을 덮게 될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해설자와 주석을 달고서야 그 의미를 파악하게 되는 여러 난해한 예술을 보고 우리는 현대에 들어 최초로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누구를 위한 예술인가?”
부정적으로 보아, 우리는 그것을 보는 사람이 혼자서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예술이 아니라고 단정 짓는 극단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취향을 벗어난 무지에 불과하며 은밀한 재정의의 오류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형식주의의 틀을 깨고 예술의 영역을 무한의 영역으로 이끌었다고 환영할 일은 또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