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5년만에 재조명한 <별사>와 오정희 소설미학의 발견
작가 오정희의 작품은 여성의 섬세한 내면... 이 책은 오정희 작품 가운데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히는 <별사>를 25년 만에... 작가는 <별사>에서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모순된 존재의 형태와 신비 그리고 그...
“이 선생, 계십니까?”
“안 계신데요.”
“어디 가셨읍니까?”
지겹에 울려대는 벨소리, 정옥은 항상 그 소리가 자신을 짓누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전화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노부모님과 어린아들을 부양하고 사는 그녀의 남편은 대학 강사이자 반체제의 시인이었다. 항상 형사들은 그녀와 그의 주위를 맴돌았고 전화벨은 시각을 가리지 않고 울렸다. 숨막히는 감시속에서 정옥은 그녀의 남편이 곧 자살하고 말거라는 불안에 떨며 갑작스럽게 가정에 들이닥칠 죽음에 대해 항상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소설은 시작은 정옥과 그녀의 모친이 살날이 얼마남지 않은 그녀의 아버지의 묫자리를 보러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죽은 생명으로 비유할 수 있는 “삶은 달걀”을 찬물에서 건져내고 그 삶은 달걀을 닮은 아버지의 알머리를 보며 그녀는 아버지에게서 피어오르는 죽음의 냄새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낀다. “잇댄 판자와 울짱”은 그녀의 아버지가 곧 누울 관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