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자아 연출의 사회학』은 20세기 후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회학자로 평가받는 어빙 고프먼의 첫 저서로 ‘연극으로서의 사회적 삶’을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섬세하게 분석한 책이다. 이 책에서 고프먼은 빛나는 통찰력으로 일상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면서, 우리의 일상적 삶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다른...
고프만은 외부인, 독립적인 지식인, 냉소적이고 냉정한 현대 도시생활 관찰자, 일상생활의 이면을 탐구하는 폭로 전문가로 사회학에서도 일컬어졌다고 한다. 이런 화려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회학적 실천의 독창성은 그가 일상적인 상호작용을 분석했다는 것이다. 고프만은 일상에 주목해 '놀이로서의 삶', '의례로서의 삶', '게임으로서의 삶', '대화의 과정으로서의 삶' 등으로 자아(인격), 상호작용, 사회의 학문적 지평을 개척했다. 이처럼 고프만은 놀이, 게임, 몰입, 전략, 프레임, 대화 등 은유적 개념으로 현실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분석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상호작용은 face to face intraction이다. 인터넷의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은 이 책의 주제가 아니다. 대면 접촉 시에 벌어지는 상호작용은 비대면 상황 보다 정보제공과 취득에 용이하다.
명시표현: 개인이 명백하게 오로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자타가 모두 무슨 뜻인지 아는 언어 상징이나 대체 신호를 사용하는 행동. ex- 속임수
암시표현: 다른 사람들이 행위자의 됨됨이를 판단할 만한 것으로 행위자가 정보전달 이상의 의미가 전해지기를 기대하면서 하는 다양한 행동을 포함한다. ex- 위장
관객은 개인의 암시표현을 단서로, 개인이 잘 다스릴 수 있는 명시 표현의 타당성을 검증한다. 여기서 의사소통 과정의 근본적 비대칭성, 즉 한쪽 의사소통 흐름만을 아는 공연자와 다른 쪽 흐름도 다 보고 있는 목격자 사이의 비대칭성이 드러난다.
사람들이 통제하기 힘든 행동을 단서로 통제하기 쉬운 행동을 검증한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 가능성을 활용해 확실히 믿을 만한 행동으로 자기가 의도한 인상을 전하려고 한다.
이렇듯 공연의 진위여부에 대한 관객의 관심은 공연자의 연출기술을 더욱 정교하고 철저하게 하고 이런 종류의 통제가 의사소통 과정의 대칭성을 복원하고 ‘감추기- 발견하기- 위장하기- 재발견하기’가 무한 순환되는 정보 게임의 무대를 제공한다. 물론 개인이 행동의 즉흥적인 면을 조작하려는 낌새를 다른 사람들이 감지하고, 그 조작된 행동에서 개인이 통제하지 못한 다른 면을 탐색하기도 한다. 이 통제되지 않은 면이 또다시 개인의 행동을 검증할 단서로 작용해 의사소통의 비대칭성을 되살린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계산된 비의도성을 내보이려 시도해도, 그것을 꿰뚫어 보는 능력은 우리 자신의 행동을 조작하는 능력보다 더 발달돼 있다. 정보 게임이 몇 단계에 걸쳐 이뤄지든 목격자는 행위자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므로 의사소통 과정 초기의 비대칭성이 유지된다.
이 책의 일차적 관심은 암시표현에 있다. 암시표현은 이론적 함의가 더 크고 맥락과 관련돼 있으며 의도성이 없어 보이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이다.
공연은 사회가 순조롭게 작동하는 데 필수적이다. 각 참여자는 다른 사람이 수긍하리라고 여기는 관점을 택하고, 자신의 솔직한 느낌은 억누른다. ‘잠정적 합의’를 유지함으로서 단일한 상황정의를 도모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살면서 수도 없이 들어왔을 것이다.
인간의 삶은 서로 간의 상호작용의 과정이고 개인은 사회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평생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일부 동물들과 다르게 인간은 주변 사람들 없이는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가 없다.
때문에 사람은 타인을 신경 쓰고 살지 않을 수 없어 끊임없이 서로를 의식하고 경계하고 협력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상호작용의 과정에서 각각의 개인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며 자아를 연출한다.
모든 개인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보았을 때 혹은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자신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봐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다양한 욕구가 있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유리한 인상을 조성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보다는 계산된 인상을 주며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갖추는 것이 될 수 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