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1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한 이후 2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지면을 통해 그 개성을 인정받아 온 황인찬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구관조 씻기기』가 민음의 시로 출간되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송승환은 황인찬을 '첫 시집이 기다려지는 젊은 시인'으로 주목하며 "동세대 신인들의...
그의 시를 처음 접하며 느낀 점은 하나씩 알려고 하지 말자 였다. 그가 이 문장에선 뭘 말하고 싶던 건지 하나씩 해석하려하고 시 하나하나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시를 꼼꼼히 읽은 뒤 그 시들이 모인 시집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시를 전체 다 읽고 나름대로의 시집을 해석해보자면 구관조 씻기기에서는 책 제목에서도 나와 있듯 무언가를 관조하는 시집이라고 생각했다. 움직이지 않은 채 무언가를 조용히 지켜보며 서있는 거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먼저 표제 시인 구관조 씻기기를 보자면
이 책은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새를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현실적으로 쾌청한 창밖에서 뻗어 나온 빛이 삽화로 들어간 문조 한 쌍을 비춘다/ 도서관은 너무 조용해서 책장을 넘기는 것마저 실례가 되는 것 같다/ 나는 어린 새처럼 책을 다룬다/ "새 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새는 스스로 목욕하므로 일부러 씻길 필요가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읽었다 새를 키우지도 않는 내가 이 책을 집어든 것은 어째서 였을까 "
최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쉽게 글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현대 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호소력을 잃고 모호성에 빠지는 것이 꼽히고는 한다. 엠프슨은 시적 언어를 과학적 언어와 다르게 보고, 그것이 지니는 애매함은 그 자체로의 특질로 난해성과 다의성이 정서 환기에 있어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의견이지만 모호성을 경계하고 배제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적당하다 못해 넘쳐흐르는 범람의 시대에 도래하였다고 혹자는 말하고는 한다. 이러한 문화 양상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레 ‘분명한 것’을 찾으며 간결하고 명확한 것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본질에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마이너스(-)’인데, 쉽게 말해 사물을 볼 때 대상 주변의 복합적인 관계들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닌—책이라는 사물을 볼 때 책이 나와 가지는 관계, 책과 책이 가지는 관계 등—오직 대상 그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