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다는 말은 지극히 상대적이면서 동시에 주관적이다.
<사례 1 끊임없이 공부하는 K씨>
K씨는 5년째 행정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녀는 처음부터 공무원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장기적인 안정성을 고려해 이 직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5년 내내 남의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서서히 말라죽어 가고 있다고 느낀다. 마음 같아서는 공무원을 그만두고 한의학이나 심리학을 다시 공부하고 싶지만 험난한 현실적 과정을 생각하면 어느새 그런 생각은 사그러든다.
하지만 공부에 대한 열의만은 대단하다. 그녀는 시간이 날 때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매일 규칙적으로 책을 읽는다. 그녀가 읽는 책은 그야말로 다양하다. 그녀는 늘 여러 분야에서 해박한 지식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동료나 친구들과의 대화 중 잘 모르는 주제가 등장하면 별로 관심없는 분야일지라도 꼭 관련 책자나 인터넷 정보를 찾아본다.
그런 그녀의 컴퓨터와 서류함과 책장에는 미처 소화하지 못한 많은 정보와 자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녀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운다. 좋은 강의나 자기계발 프로그램이 있으면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쫓아다닌다. 벌써 2년 넘게 플래너를 작성하며 하루하루 짜임새 있는 일과를 보내느라 여념이 없다.
이런 열성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늘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결핍감을 느낀다. 남에게 뒤처지고 있다는 열등감과 불안함도 느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늘 자신이 게으르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럴수록 더욱더 시간 구두쇠가 되어간다.
게으름을 판단할 때는 '삶에 방향성이 있느냐 없느냐' 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어사전 게으름의 정의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태도나 버릇'
게으름은 위장의 천재다. 사실 게으름을 노골적으로 피우는 사람을 그리 많지 않다.
위장된 게으름 ->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 매달리는 모습
지난 일요일이었다. 가족 행사가 있었고 빠지지 말란 가족의 신신당부를 들었다. 하지만 다음 날 월요일까지 써야 하는 글이 하나 있었고, 난 가족 행사를 가는 대신 집에서 남아 글을 쓰기로 했다. 조카 돌에 빠지는 것에 약간 죄책감이 들기도 했었지만, 글을 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녁이 되도록 글을 쓰지 않았다. 이상하게 글을 쓰기에 앞서 이것저것 하기 시작했다. 잘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켜고 무의미하게 채널을 돌리는가 하면 다운로드한 일본드라마를 조금 보다가 또 SNS를 하면서 무력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결국 어두워져서야 이제 늦음을 깨달은 나는 시작하려 했지만 온 몸이 아파오는 듯 느껴졌다. 머리는 어지럽고 목은 아팠으며 몸은 너무도 무거웠다.
대부분 게으름이라 하면 단순하게 ‘해야 할 것을 미루는 것, 빈둥거리는 것, 움직이기 싫어하는 태도’ 라고만 생각을 해 보았지 게으름을 삶의 지향성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것 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게으름이란 막연히 스스로 나태해지는 것이 아닌 발전적인 미래지향성을 삶 속에 간직하고 실천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하여 게으름의 정의를 내렸고 핵심은 모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책의 앞머리에서부터 말문이 막혔다. 게으름을 이렇게 정의 할 수 있겠구나 하고 놀라워 하는 동시에 지금까지 뚜렷한 목적 없이 시간을 소비해 왔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지금까지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하고 싶은 것이 없어 취업을 선택했고 취업을 하여 일을 하게 되면 목표가 생길 줄 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