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인의 가슴에 언네자 깊은 울림을 안겨주는 작가 김동리의 100주년 기념 작품집!김동리 탄생 100주년 기념 소설그림집 『화랑의 후예 밀다원 시대』. 한국의 현대소설가들 가운데 전통의 세계, 종교의 세계, 민속의 세계에 가장 깊은 관심을 가진 작가로 평가되는 김동리의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를 글로 읽고...
1. 소설의 시대적 배경
화랑의 후예는 1935년에 씌여진 작품이다. 일본이 조선을 병합하고 2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조선은 성리학을 숭상하던 나라로 주변 나라들 심지어 중국 대륙을 모두 차지하고 동아시아의 강대국이 된 청나라까지 오랑캐라 부르며 무시하던 나라였다. 조선이 몇 백년에 걸쳐 갈고 닦은 성리학의 학문적 성취는 대단했고, 이에 대한 자부심에 고취되어 고고하게 하늘의 순리를 따르는 “유자(儒者)의 나라” 가 조선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조선의 자위적 세계관은 세상이 급변하면서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변화 없이 고여 썩어온 기나긴 세월을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당연한 위기였다.
일제라는 거대한 지배자 아래에서 조선시민들은 기근, 강제 노역에 의해서 육체적으로 고통 당해왔다. 반면 지식인들은 육체적인 고통이 적었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있었고 말이다. 1940년. 일제 식민지시대에 쓰여진 김동리의 작품 <혼구>에서는 그 당시 지식인들의 정신적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 ‘강정우’는 반복되고 무의미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여학생 ‘윤학숙’이 학교를 그만 다니겠다고 하자 이유를 묻는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부잣집에 팔아넘겨서 돈을 받으려고 하는 것, 윤학숙의 아버지는 둘째딸 윤학숙 이전에도 첫째 딸을 부잣집에 첩으로 보내 돈을 받고 살았다는 것이다.
과거가 의미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서 보다 나은 현재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실패를 연구하면, 현재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화랑의 후예인 황 진사는 과거의 영화에 빠져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다. 과거를 숭배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그가 제정신일까? ‘조신의 심볼’이라는 그처럼 조선은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찬 나라였을까?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숙부님께서 '조선의 심볼'이라는 황 진사를 인사시킨다. 황 진사는 육십세 정도의 노인으로 '쇠똥 위에 개똥 눈 흙가루'를 약이라고 팔고, 친구 책상을 팔아서 끼니를 해결하려고 한다. 황 진사는 몰락한 양반의 자손이라고 주장하며, 끼니를 때우기조차 힘들만큼 가난하지만 과거에 매우 집착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