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골 외과의사가 병원이라는 풍경 속에서 깊고 따뜻한 시선으로 건져 올린 62편의 에피소드를 1, 2권에 걸쳐 엮은 에세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예비신부가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사고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사연, 사할린에 징용군으로 끌려간 남편과 50년 만에 재회했는데 그 남편이 다시금 사고로 죽음을 눈앞에...
시골 의사 박경철은 의료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고, 존경받는 멘토 중에 한 분이다. 존경하는 멘토에게서 인생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조언을 듣고 싶었기에 이 책을 선정하게 되었다. ‘시골 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의사가 진료하면서 만난 우리 주변 그늘진 곳에 소외된 이웃들의 힘들고 고단한 모습을 진지하게 표현하였고,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점에서 예상한 긍정적인 이야기와는 달리 말문이 막힐 정도로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실려있어 보는 내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환자들과 만남 속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가짐으로써 누군가가 삶의 어느 지점에서 겪었던 아픔들을 함께 나누고 직업의식을 뛰어넘어 환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수술하는 현장들을 작가의 솔직하고 담담한 필체로 담아내고 있으므로 보통 책을 읽다 보면 중간에 그만두거나 간격을 두고 띄엄띄엄 읽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있게 집중하였다.
내가 이 책을 꼭 읽고 팠던 계기가 있다. 흔히 다들 하고 있는 SNS.
어느 한 페이지 내 사건사고 파일에서 책 내용 중 하나의 사건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할머니 손에 큰 나는 유난히 할머니들을 좋아하고, 어렸을 때부터 조카와 함께 지낸 터라 아이 또한 유난스레 귀여워한다.
내가 자연스레 읽게 되었던 슬프고도 이 끔찍한 사건은 그런 할머니와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용을 조금 풀어 놓자면 변두리에 사는 부부가 홀로 되신 노모를 모시고 살았다. 할머니는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외아들을 혼자서 키우셨고 여러 가지 형편으로 아들의 경제적 여건도 넉넉지 못했다. 아들 부부는 자연스레 산기슭에 자리를 잡아 생활하게 되었고 밭농사나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지내게 되었지만 고생을 많이 하신 할머니께 치매가 찾아왔다. 부부는 할머니께 치매증상이 나타나면 문을 잠가두거나 며느리가 곁을 지켰는데, 그나마 증상이 밤에만 잠시 나타나고 낮에는 정신이 다시 온전해져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책에 나오는 한 에피소드 중에는 이런 것이 있다. 의과대학 학생이 암벽타기를 하다가 크게 다쳤는데, 자기가 실습 나왔던 병원에서 입원해 경과를 단정할 수 없는 뇌수술도 진행하고 장기공여자로 직접적으로 명단에 오르는 등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처했지만 결국 부모님과 여러 선배 동기들의 노력에 퇴원하고 한명의 의사로써 우뚝 섰다는 이야기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내 자신이, 내 부모님이, 친한 친구가 항상 지금 그대로의 모습일 것이라는 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타인’을 치료하는 의사에서, 내가 아는,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치료해야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면 어떨까. 의학적 지식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라도 가질 수 있지만, 도저히 호전될 수 없거나 가망 없는 상태를 지켜봐야하거나, 그 사람의 ‘마지막’을 내 손으로 결정해야한다면, 혹은 가망 없는 한 사람을 희생함으로써,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게 된다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까.